아이폰8은 여전히 좋은 스마트폰입니다. 1년 지난 옛날 스마트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가격도 그런 게 문제죠.
물론 초기 출고가 대비 최대 12만원 정도 감소하긴 했지만, 출시된 지 1년 넘게 지났음에도 여전히 8플러스의 가격은 여전히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비싼 것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새로운 아이폰인 아이폰Xr과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네요.
아이폰Xr과 아이폰8 플러스는 1년의 터울이 있음에도 가격대가 굉장히 가깝습니다. 겨우 3만원 차이가 나죠.
아이폰Xr과 아이폰8 플러스의 가격이 비슷한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스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두 제품의 기능과 관련된 자세한 리뷰는 이어지는 포스트에서 할 예정이니까, 간단하게 스펙만 비교해보죠.
1. 카메라 : 아이폰Xr은 개선된 성능의 카메라와 싱글 렌즈로도 인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면에 트루뎁스 카메라 덕분에 페이스ID 잠금 해제와 전면 인물 사진 모드가 가능합니다. 반면 아이폰8 플러스는 듀얼렌즈를 탑재했고, 제대로 된 인물 사진 모드를 활용할 수 있죠.
2. 디스플레이 : 아이폰Xr은 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습니다. 나름 꽉 찬 화면이라고 볼 수 있죠. 또 LCD이긴 하지만 곡률을 깔끔하게 다듬은 점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 고릴라 글래스6이 적용되었네요. 아이폰8 플러스 디스플레이는 아이폰Xr의 화면에 비해 해상도가 높습니다. (아이폰Xr - 326ppi / 아이폰8 플러스 - 401ppi)
3. 프로세서 : 아이폰Xr에는 A12 바이오닉 칩셋이 사용되었죠. CPU 자체 성능은 아이폰8 플러스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차세대 뉴럴 엔진으로 AR 성능과 같은 부면에서는 혁신적인 개선이 있었습니다. 물론 평소엔 체감할 일이 많진 않죠.
4. 터치 인터페이스 : 아이폰Xr엔 아이폰8 플러스에 있던 3D 터치 기능이 빠졌습니다. 이 기술을 구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 전문가의 말이 생각나네요.
이처럼 아이폰Xr은 아이폰8 플러스에 비해 발전된 기능도 있지만 오히려 사라진 기능도 있죠. 듀얼렌즈나 3D 터치가 그러합니다.
그러면 아이폰8플러스의 제조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폰Xr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해야만 했던 걸까요?
아이폰8 플러스는 부품 원가 정보가 꽤 있는데, 아이폰Xr의 정확한 부품 원가 정보는 아쉽게도 많지 않아서 완전히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볍게만 확인해보면, 아이폰8 플러스의 듀얼렌즈 카메라가 32달러, 프로세서가 27달러, 각종 센서들이 6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이폰Xs의 프로세서, 즉 아이폰Xr에 같이 사용된 A12 바이오닉 칩셋의 부품 원가만 72달러더라고요.
아이폰8 플러스의 듀얼 렌즈와 3D 터치의 부품이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폰8 플러스 64GB의 부품 원가는 288달러 정도였는데요.
물론 부품 원가는 제품 개발에 사용된 비용과 유통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라, 아이폰8 플러스와 아이폰Xr의 생산에 사용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죠.
하지만 확실한 건, 1년 전 재고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폰8 플러스가 '제조 비용 때문에' 신상인 아이폰Xr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아이폰7'일 것 같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아이폰7 플러스 128GB 모델은 9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트 블랙도 없는 2년 전 스마트폰을 여전히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죠.
아이폰8의 가격을 내린다면, 함께 판매 중인 아이폰7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폰8만의 마진이 아니라 그 이전 스마트폰들의 마진까지 줄어드니까, 애플 입장에서는 1년 전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싶지 않을 수 있죠.
또 아이폰8 플러스같이 여전히 현역인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존심 때문이죠.
사실 아이폰8 플러스는 구형폰이라기엔 정말 괜찮은 스마트폰입니다. 아이폰Xs를 잠깐 사용했던 에디터M도 아이폰8 플러스를 큰 아쉬움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8 플러스의 가격 책정에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고, 또 이 가격 책정이 애플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폰8 플러스는 아이폰X을 제외하고는 그 당시 최고의 스마트폰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Xr은 아이폰Xs은 물론이고, 전작인 아이폰X을 제외해도 최고의 아이폰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폰8 플러스와 비슷한 가격과 다운그레이드 된 스펙 때문이죠.
아이폰8 플러스는 여전히 현역 스마트폰이고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성능을 가진 선택지이지만, 작년 스마트폰임에도 최신 스마트폰과 가격이 거의 같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찝찝한 느낌을 떨쳐내기 힘듭니다.
비싼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든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입하든, 심리적으로는 최상의 경험을 하게 해줬던 애플이었는데,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하든 아쉬움이 남게 만든 겁니다.
아이폰8 플러스는 64GB 기준 현재 중고가가 50-60만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아이폰X의 중고 가격 하향폭이 더 커서 이마저도 약간 애매합니다.
내년엔 아이폰Xr과 아이폰8 플러스가 어떤 가격 양상을 띄고 판매될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