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아쉬운 게 있고, 없어서 좋은 경우가 있다. S펜의 배터리가 그렇다.
충전이 필요치 않고, 배터리 용량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더욱 가볍고 슬림하게 만들 수 있다.
사용상 편의성도 뛰어나다. 충전을 위해 필요한 시간도 절약이 가능할 뿐 아니라, S펜 자체의 디자인적 완성도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S펜은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고, 결과 점점 더 얇아지는 갤럭시노트 속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바로, 이번 갤럭시노트9 때문이다.
삼성이 공개한 갤럭시노트9의 초대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S펜을 강조하는 모습이 비쳤고, 대중의 관심은 S펜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삼성이 S펜에 집중하는 이유를 짚어보자.
현재 대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면 크기에 인색했던 애플조차 세로로 길어진 화면을 채택할 정도다. 그리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완전한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삼성이 선보인다는 차세대 갤럭시노트9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만나보기 힘들 전망이다.
여전히 상하단 베젤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디자인적 변화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삼성은 노트 시리즈만의 가장 차별화되는 무기인 ‘S펜’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터리가 없는 S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변화와 혁신이 가능한 최선이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차세대 S펜은 어떠한 모습을 선보이게 될까? 가장 유력한 기능으로는 ‘블루투스’ 기능이 있다.
블루투스가 된다는 것은 통화를 비롯해 단독 사용 시 장점이 늘어난다는 것이 있고, 당연히도 내부적으로 배터리를 품을 수밖에 없다는 아킬레스건도 지니게 된다.
배터리의 크기나 용량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S펜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그에 더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크기를 지닐 수도 있다.
물론 오래전에 삼성이 선보였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통화 기능’을 품은 S펜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끔찍한 사용자 경험으로 후속 모델 없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던 그 모델을 새롭게 다듬어서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라면 기존과 동일한 S펜에는 아주 소량의 배터리만 넣어두고는 리모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멀리서도 사진을 찍거나 단축키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기능들이 더해질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기능으로 ‘엄청난’ 차별화가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다른 방법이라면, 기존에 시도했던 방법을 새롭게 다듬어서 더 슬림하고 세련된 S펜+를 내놓는 것이다.
물론, S펜+를 노트에 넣기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배터리 용량 및 S펜+의 크기에 따라서 별도로 휴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세서리 시장까지 가지고 있는 삼성에게는 그리 큰 도전 과제가 아닐지 모른다.
S펜+를 위한 케이스 및 파우치를 선보이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가격부터 시작해서, 실용성과 필요성, 실질적으로 차별화 포인트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날카롭게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없어서 장점인 것을 굳이 다시 만들려 한다면, 이만한 위험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만큼이나 삼성에게 있어서 2018년은 혹독한 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역대급으로 불리던 갤럭시S9은 역대급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삼성보다 먼저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어느새인가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더 이상 혁신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반증이다.
과연, 없어서 장점인 S펜의 배터리를 굳이 더하게 될지, 그러면서까지 대중에게 선보이려는 갤럭시노트9의 비장의 무기는 무엇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봐야겠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