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메인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프로 2세대다. 하지만 이번 해외 일정을 위해서는 아이패드 프로를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 6세대와 함께 길을 떠났다.
물론 해외에 있는 동안 아이패드를 줄곧 사용하지는 않았다. 맥북을 따로 챙기기도 했고, 또 짧은 해외 일정 동안 아이패드만 손에 붙잡고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하지만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공항에서, 나라를 오가는 비행길에서, 심심한 밤 숙소에서, 여유를 즐기기 위한 공원에서 아이패드 6세대는 꽤 좋은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과연 여행과 관련해서 아이패드 6세대의 사용성은 어떠했을까?
2% 아쉬웠던 독서 경험
어쩌다 보니 해외 일정이 있을 때마다 공항에 미리미리 가서 한참을 기다리는 편인데, 이번엔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로 웹서핑과 독서를 선택했다.
내가 가지고 간 스마트기기는 맥북과 아이폰과 아이패드였는데, 독서를 목적으로는 아무래도 화면이 작은 아이폰이나 각도가 제한적인 맥북보다는 아이패드가 더 적합하다.
특히나 이번 아이패드 6세대는 애플 펜슬을 지원한다는 개인적으로 아주 고마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이패드 6세대를 위해 애플 펜슬을 구입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큰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애플펜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일단 좋은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들은 꼭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애플 펜슬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아이패드 프로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아도 되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아이패드 6세대가 가격 대비 성능이 특출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디스플레이’인데, 밝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5년 전에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1과 동일한 스펙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변화로는 라미네이팅 기술이나 반사 방지 코팅, 트루톤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아이패드 에어 반사율 : 6.5%
아이패드 프로 반사율 : 1.8%
아이폰X 반사율 : 4.5%
아이패드 에어2부터는 라미네이트 처리가 되어서 디스플레이와 커버글라스 사이에 있던 에어갭을 없애버렸고, 아이패드 프로부터는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해 빛에 따라 색감이 변하도록 해서 마치 인쇄된 종이를 읽는 듯한 편안함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패드 6세대에는 그러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특히 트루톤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아이패드의 흰 바탕이 조금은 푸르딩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화면이 작은 아이폰보다 가독성이야 더 좋았지만.
비행기 안에서 빛을 발한 아이패드 6세대
내가 탄 비행기의 목적지는 JFK 공항이었는데, 비행시간이 무려 14시간이 넘었다. 이 길고도 지루한 시간을 그나마 알차게 보낼 방법으로, 이번엔 영화를 선택했다.
기내식을 먹고 나면 이내 창문을 닫고 객실의 불이 꺼지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 화면 밝기를 최소로 해서 영상을 봤는데, 덕분에, 아이패드 6세대의 단점이라 말했던 디스플레이의 아쉬움이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영화를 1시간가량 보다가 도중에 끊고 음악을 30분간 들었을 때 배터리를 보니까, 50%에서 42%로 감소해 있었다. 영화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비행시간의 대부분을 아이패드와 함께 하기에 충분한 배터리 타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번엔 유선 이어폰을 가지고 떠났는데, 아이폰과 달리 3.5mm 헤드폰 잭이 살아 있기 때문에, 젠더를 거추장스럽게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더 편리했고, 유선 음질도 영화를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지에서 사용해본 2018 아이패드
개인적으로 맨해튼에 가면 꼭 아침 일찍 센트럴 파크의 여유를 함께 즐겨보고 싶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할 일이 딱히 없기도 해서 거의 매일 센트럴 파크에 가게 되었다.
센트럴파크까지 가는 동안, 그리고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동안, 아이패드 6세대의 휴대성은 나쁘지 않았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 2세대가 30g 정도 무거워지면서, 아이패드 6세대가 1mm 더 두껍긴 하지만 무게는 470g 전후로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센트럴 파크는 조깅을 하거나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 기분 좋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여유롭게 독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딱 좋은 분위기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서 아이패드 6세대와 애플펜슬을 꺼내들었다.
아이패드 프로와 비슷한, 500니트 이상의 화면 밝기라 해도 햇볕이 강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화면이 어둡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사진을 찍어서 애플 펜슬로 마크를 남기는 등, 여행지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는데 충분히 한몫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했다.
해외 여행지에서의 사용성은?
여행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특히 도난에 대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보다는 아이패드 6세대가 심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애플펜슬을 지원하게 되면서, 아이패드 프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시적으로 대체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거의 없었다. 완성도도 그렇고 프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급한 불을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또 아이폰7에 적용되었던 A10 퓨전이 탑재되면서, 숙소에서 여행하는 동안 촬영한 영상을 가볍게 편집하기에도 충분했는데, 배터리 타임, 그리고 애플 펜슬과 함께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었다.
40만원대 태블릿으로 여행지에서 이 정도 사용성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패드 6세대의 사용성에 대해서도 계속 알아봐야겠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