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 프로는 개인적으로도 기대했던 올인원 PC의 끝을 제대로 선보인 제품이었고, 실제로 만나보게 된 아이맥 프로는 그 자체로 다름을 제대로 어필하는 ‘프로’다운 제품임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야수와 같은 파워를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에 봉인해둔 아이맥 프로는 그 강렬한 컬러만큼이나 주변 액세서리까지도 검은색으로 물들였고, 심지어 라이트닝 잭까지도 검은색으로 바꿔버렸다.
제품의 컬러는 바꾸더라도 액세서리의 컬러는 쉽사리 바꾸지 않았던 애플이 콧대를 낮춘 것인지, 아니면 아이맥 프로를 더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구별시키기 위해서 콧대를 세운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아이맥 프로는 디자인에서 풍기는 포스가 남다른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일주일간 마음껏 만져보고 사용해본 아이맥 프로는 진짜 프로다운, 야수와 같은 퍼포먼스와 만족도를 선사해줬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Q.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A. 그렇다. 아이맥 프로 후기에 있어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하드웨어적인 퍼포먼스는 100점이지만 운영체제에서 오는 아쉬움은 80점을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간헐적인 파인더 먹통 현상이나 버벅거림, 알 수 없는 로딩이나 기대한 만큼 부드럽게 구동되지 않는 경험들이 아이맥 프로의 야수와 같은 파워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Q. 성능이 아쉽다는 이야기?
A. 성능 자체는 역대급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파이널 컷 프로를 통해 렌더링을 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역대 아이맥이나 맥북 프로와 비교해서 가장 빠릿하고 부드러웠을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활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예상 가능한 모든 작업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심지어 동영상 렌더링을 하면서도 팬 소음이나 큰 발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다른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더라도 넉넉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이 제품이 왜 프로인지를 알게 해줬다.
Q. 그렇다면, 아쉬운 부분은?
A.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완성도가 아쉽다. 매년 업그레이드가 되는 맥 OS 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완성도에 있어서 2%, 아니 20%의 아쉬움이 남아서 사용 중이었던 맥북 프로와 아이맥에서도 느꼈던 파인더 프리징 현상이나 버벅거림, 알 수 없는 오류들이 아이맥 프로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즉,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완성도 부족이나 아쉬움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Q. 아이맥 프로라서 다른 점은?
A. 기존의 아이맥과 비교하자면 화면도 같고 디자인도 같다. 화면 크기나 해상도도 동일하며 디테일하게 비교하지 않는 이상 후면 하단부의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아이맥 프로는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를 새롭게 입었고, 더 이상 소소한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게 바뀌었으며, 선택할 수 있는 하드웨어 스펙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의 아이맥이 ‘가족’을 위한, 그리고 ‘무난한’ 작업을 위한 제품에 가까웠다면, 이번 아이맥 프로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아직 18코어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10코어 만으로도 기존 맥 프로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것만 생각하더라도 이 제품의 컨셉은 명확하다.
Q.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것 같은데?
A. 요즘에는 일반 소비자와 프로페셔널의 구분이 모호하다. 취미로 동영상을 편집하는 분들의 경우에도 편집을 하면 할수록 기존 제품으로는 한계와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프로슈머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고 취미를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 분들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제품이다.
즉, 일반 소비자와 프로페셔널이라는 2가지 분류만 놓고 보자면 프로페셔널에 가깝지만 이제는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 아이맥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더해졌다는 평가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Q.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느낌은?
A. 생각보다 더 고급스럽다. 특히나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아이패드 프로보다 더 짙은 컬러감을 품었는데, 그 결과 매우 묵직하면서도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다만,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매직 키보드는 단정하고 차분하기는 하지만 지문이나 유분이 더 잘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특히나 유광으로 반짝이는 검은색에 더 가까운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매직 마우스 2는 자주자주 닦아줘야 할 정도로 지문이나 유분에 취약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에 맞춰서 올블랙으로 재탄생한 라이트닝 잭이 마음에 들었고, 야수와 같은 파워와 기존 아이맥과의 차별화를 선보이려 하는 시도 자체가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Q. 남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스피커는 여전히 훌륭했고 디스플레이는 흠잡을 곳 없이 색상 균일도부터 표현력, 화면 밝기, 시야각까지 모든 부면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정확한 표현에 집중하고 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제품에서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3대의 맥 제품군에서 모두 같은 증상과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차기 업데이트를 통해서 파인더 프리징 증상이나 버벅거림, 간헐적인 오류를 잡아주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았다.
✎ 아이맥 프로의 고급스러우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짙은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가 눈에 띈다. 키보드와 마우스 또한 같은 컬러로 통일성을 주어 일체감이 높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 두 제품 모두 유분과 지문에는 취약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 디테일은 아이맥과 비교시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같지만, 새로운 컬러를 입었다는 점과 하드웨어 스펙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위한 제품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 성능을 보자면 넉넉한 퍼포먼스와 빠릿하고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주어 다중 작업을 하게 되어도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사운드, 색상 균일도, 화면 밝기, 시야각 등 모든 부면에서 정확한 표현력을 나타내었다.
✎ 다만, 파인더 프리징 증상이나 버벅거림, 간헐적인 오류를 잡아줄 필요성은 있어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퍼포먼스에서는 흠잡을데가 없었지만, 운영체제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미 아이맥을 사용 중인 분들이라면 아이맥 프로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맥북 시리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크고 넓은 화면, 더욱 깊이감 있는 사운드, 가공할 만한 퍼포먼스를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판매가 기준 630만원 ‘부터’ 시작되는 아이맥 프로의 가격이 최대 1,800만원을 넘어서는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하자면 아이맥 프로 내에서도 소비층이 나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본 모델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풀옵션에서는 기본 모델과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이맥 프로를 구입하기 이전에 자신이 원하는 작업과 목적에 맞는 제품을 제대로 선정할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직접 사용하면서 느껴본 아이맥 프로는 몇몇 오류와 간헐적인 프리징을 제외하자면 오직 현재하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다중 작업까지 거뜬한 만능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었다. 야수와 같은 파워,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글. 어쩌면 차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