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다움을 어떤 말로 표현이 가능할까? 애플답다는 것은 애플만이 고집하는,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뜻한다.
그리고 지금껏 이러한 아이덴티티는 통 알루미늄 바디의 맥 시리즈, 홈 버튼을 품은 아이폰, 디자인적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패드, 흰색의 이어팟과 에어팟,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클릭휠을 품은 아이팟과 같은 것들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면서
애플도 변화했다.
클릭휠은 사라지더라도 홈 버튼만은 영원할 줄 알았지만 애플은 과감히도 아이폰 10주년에 맞춰 아이폰에서 홈 버튼을 지워버렸고, 흰색의 라이트닝 잭과 이어팟의 아이덴티티는 아이맥 프로의 등장과 함께 검은색 라이트닝으로 애플도 변할 수 있음을 대변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만날 수 있는 아이맥 프로는 어떠한 애플다움을 그려냈고, 또 어떠한 변화들과 도전을 선사했을까? 오늘은 순수 개봉기를 목적으로 한 ‘지금 만나다. 아이맥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아이맥 프로의 패키징은 기존 아이맥과 동일한 듯 하면서도 보다 더 편리하고 고급스럽게, 그러면서도 재생된 펄프로 완성되면서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즉,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실용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것인데, 사실 이전의 아이맥 포장 방식은 공간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좋았을지 몰라도 아이맥을 꺼내고 분리하는 과정이 다소 버겁게 느껴졌다면, 이번 아이맥 프로는 생각의 흐름대로 아이맥과 액세서리들을 꺼낼 수 있어서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해졌다는 평가가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흰색의 아이맥 포장 패키지 자체는 손잡이가 있었지만, 외부 포장 박스는 위쪽이 더 좁은 디자인으로 잡을 곳이 없는 디자인이었음에도 손잡이나 구멍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난해함을 던져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자체는 일체감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지는 몰라도, 분명 사용자 경험이나 배송시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많았다. 이 부분은 분명 개선될 필요성이 느껴졌다.
아무튼, 패키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둠을 담고 있는 어둠이라는 표현처럼,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아이맥 프로를 위한 완벽한 새대 전환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했다.
기기 자체의 컬러와 동일한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2 및 검은색의 라이트닝 잭, 검은색의 전원선과 따뜻한 회색 계열의 매직 마우스2를 두르고 있던 천까지도 모두 스페이스 그레이와 통일된 느낌으로 일체감과 고급스러움을 전달해준 것이다.
✎ 외부 포장 박스에는 손잡이가 없다는 난해함이 있었다. 크기는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보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 커다랗게 쓰여 있었던 아이맥 프로 네이밍, 애플 로고, 심플한 아이맥 프로의 측면 사진까지
✎ 이전의 스티로폼 디자인과 달리 재생 펄프로 만들어진 아이맥 프로의 패키징은 더욱 직관적이었고 편의성이 높았다. 그러나 정말 무거웠던 패키징
✎ 아이맥 프로를 두르고 있는 천까지도 그레이 톤으로 일체감을 줬고, 포장을 풀게되는 과정 모든 부분에서 사용자 경험을 신경쓴 것을 알 수 있었다.
✎ 포장을 벗기게 되면 드러나는 더욱 영롱한 컬러의 스페이스 그레이 아이맥 프로
이제 컬러 이야기를 해볼 차례다.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는 그동안 아이맥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애플의 신제품 로드맵에서 이번 아이맥 프로를 염두에 두고서 아껴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는 더욱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럽고 파워풀한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줬기 때문에, 또한 전면의 검은색 베젤과 더욱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다양한 블랙 & 실버 제품들과도 어울렸기 때문에 아이맥 프로만의 무게감이나 차별화를 전달하기에 더없이 좋다는 평가가 가능했다.
묘하게 반짝이면서도 완벽한 유광은 아니었던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아이맥 프로는 후면을 두르고 있는 입체감 있는 디자인을 더욱 살려주기도 했고, 날 선 디자인의 지지대와 5mm에 불과한 가장자리까지도 말끔하게 다듬으면서 마침표를 찍은 것만 같은 완성도를 경험하게 해줬다.
또한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매직 키보드와, 블랙에 더 가까운 매직 마우스2의 상단 디자인까지 고려하자면 일체감을 높이면서 동시에 기존에는 만나볼 수 없는 차이로 새로움까지 선사해주기도 했는데, 특히나 유광으로 빛나고 반짝였던 매직 마우스2는 유려한 마감으로 더욱 고급스러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줬다.
만일 아이맥 프로가 기존과 동일한 실버 컬러로 출시되고, 주변 액세서리의 변화 역시 선보이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성능 향상 모델’에 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컬러 마케팅과 함께 선보인 아이맥 프로는 분명히 기존의 아이맥과 선을 긋고 있었고, 다름을 체감하도록 도와줬다.
✎ 전원잭 또한 대충 들어있는 것이 아닌,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마치 개별 제품처럼.
✎ 흰색의 박스에 담겨서 의아함을 남겨준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2
✎ 매직 마우스2는 흡사 제트블랙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줬고, 포장을 뜯기도 전부터 충전을 할 수도 있었던 매직 키보드의 포장 디자인은 특이했다.
✎ 그동안의 화이트 컬러 키보드와 마우스와는 달랐던 색감, 또한 처음 만나는 블랙 컬러의 라이트닝 잭, 독특한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애플 로고 스티커까지
✎ 역시나 포장의 애플다운(?) 꼼꼼함이 곳곳에서 돋보였다.
1) 택배 기사님께서 배송이 힘들었는지 손수 테이프로 손잡이를 만드셔서 배송을 해주셨다.
2) 그러나 부재중이어서 경비실에서 직접 찾아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 손으로는 10초 이상 들기 버거울 정도.
3)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고, 손잡이가 없이는 도저히 들 수 없을 것만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4) 아이맥 프로와 구성품을 모두 꺼낸 이후의 박스 무게도 상당했다. 혹시 아직 꺼내지 않은 액세서리가 있나 싶을 정도로.
5) 아이맥 프로의 포장이나 포장 천이나 패키징은 기존의 아이맥과 같은 듯 하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6) 스페이스 그레이 + 친환경 천 소재의 만남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7)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의 어두운 톤으로 된 천으로 둘러싸인 매직 마우스2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았다.
8) 검은색 라이트닝 단자를 만나는 일 역시 새롭고 낯선 느낌의 연장선이었다.
9) 확실히 고급스러워진 아이맥 프로는 새 옷을 입은 것처럼, 혹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인상적인 컬러감을 전달해줬다. 시선을 사로잡는 컬러라는 느낌.
10) 확장성이 더욱 줄어든 아이맥 프로는 지지대와 후면 사이에 있던 업그레이드 전용 슬롯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11) 대신 더욱 유려하고 고급스러운 마감으로 처리가 되면서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 느낌을 전해줬다.
12) 첫 부팅 및 개인 설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로딩은 조금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펙이 이렇게 높은데 느려? 라는 느낌.
13) 화면은 역시나 아이맥 프로 다운 생생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HDR은 제외되어서 아쉬움도 남았다.
14) 사운드의 차이는 기존의 아이맥과 직접 비교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베이스가 뛰어났으며 깔끔했다. 다른 스피커가 필요없을 정도.
15) 빠릿한 첫인상, 그러나 여전히 트로이의 목마처럼 남아 있는 사소한 버그들은 OS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으로 느껴지게 해줬다.
✎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아이맥 프로는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새 것'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선사해줬다.
✎ 하지만 확장 포트가 사라진 것은 분명 아쉬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날 선 5mm의 얇은 두께감은 가히 일품이었다.
✎ 자꾸만 시선이 가도록 만들어줬던 아이맥 프로의 디자인과 아이덴티티
아이맥 프로에 담긴 애플의 정체성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디자인에 있었고 통 알루미늄을 고집하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이 있었다. 물론, 알루미늄을 다듬는 수준이나 내구성 및 강도는 눈에 띄지 않게 더욱 좋아졌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애플 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디자인적으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엿보였다.
심지어 프로들을 위해 끝을 보려 했다는 아이맥 프로의 도전에 있어서, 단 1mm의 두께 증가도 없이 기존의 아이맥의 프레임 속에 담겨진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놀랍기까지 했다.
여전히 애플 로고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위치했고,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2 역시 컬러의 변화만 있었을 뿐 디자인적인 변화는 없었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줬다.
적어도 향후 5년 까지는 현재까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디자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애플은 쉽게 바꾸려 하지 않았던 라이트닝 단자의 컬러를 과감히 변화시켰고, 약간의 확장성을 위한 가능성을 열어뒀던 아이맥 프로의 후면 단자를 완전히 닫아버리면서 하나의 완제품을 판매하려는 변화를 선보였다.
즉, 처음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서 그 경험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향성은 보다 완벽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가장 완성도 높은 구성과 인증된 부품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체형 디자인과 업그레이드를 허용하지 않는 깐깐함은 때때로 사용자들에게 답답함과 불편함, 번거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에 살펴본 아이맥 프로 개봉기를 통해서, 아이맥 프로를 위한 애플의 수많은 노력들과, 변화를 위한 도전 속에서도 애플다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고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일체형 PC로 재탄생한 아이맥 프로는 올해 말이 될지, 아니면 내년이 될지 모를 맥 프로의 완전한 세대 전환 이전까지는 가장 강력한 맥 제품군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아이맥 프로는 630만원에 이르는 ‘기본 모델’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와 프로페셔널의 접점에 서 있는 프로슈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 MACGUY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