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녀석을 인공지능이라 불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포장 박스를 뜯을 때부터 직감하기는 했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원하는 음악을 단지 목소리만으로도 재생해준다는 장점을 제외하자면, 그저 조금 똑똑한 스피커에 그치기 때문이다.
분명, 기본기는 탄탄해졌다. 사운드도 균형감이 훌륭할 뿐 아니라 소리를 키워도 제법 단단하게 울려 퍼졌고, 크기는 작으면서도 자체 배터리를 탑재하며 최대 5시간까지 음악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포커스를 맞추자면 도무지 어떤 부분이 인공지능인지는 의문이다. 그저 ‘내일 날씨는?’ ‘이 노래 제목 뭐야?’라고 했을 때, 해당 명령어 속에 있는 단어의 조합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을 도출해주는 검색창의 목소리 버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스피커로서 네이버 프렌즈를 선택한 이유라면 우선 귀엽다는 것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귀엽다는 것. 무엇보다 귀엽다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은 귀여워서 선택한 제품인 셈이다.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와의 첫 만남은 그저 갖고 싶은 똑똑한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점 때문이었지, 이것을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활용하겠다는 거창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역시 호기심의 동물인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재미있는 드라마가 없는지 물어보니 프렌즈 스피커는 자신과 노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며 추천했고, 노래 정보를 알려 달라는 말에는 그저 어느 가수의 어떤 제목인지, 어떤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지만 알려줬다.
이처럼 의도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너무나 당연한 것들만 질문하게 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날씨라거나, 혹은 날씨, 아니면 날씨와 같은 것들.
음악 재생 역시 즐겨 듣는 음악과 스타일, 가수의 노래만 듣다 보니 명령어는 한정적이 되었고 굳이 노래마다 정보를 묻지 않다 보니 그저 버튼 대신 목소리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러한 사용상의 아쉬움은 뒤로하더라도,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는 귀엽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었고, 기존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휴대성과 실용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샐리의 샛노란 컬러와 뚱한 표정도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브라운의 귀여우면서도 듬직한 표정에 반해서 브라운을 입양하기로 한 이후,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는 어느새 책상 위에, 침대 머리맡에, 외출할 때면 가방 속에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줬다.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와의 설레는 첫 만남은 이처럼 기대 반 실망 반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혹독한 음성인식 테스트만이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설레는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와의 첫 만남
✎ 귀여운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 휴대성과 실용성이 높아 어디서든 활용하기 좋았던 제품
그렇다면,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는 어느 정도까지 문맥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의도한 대답을 들려줬을까? 생각의 흐름대로 마음껏 질문해본 결과, 의외로 대답을 잘 해준 부분도 있었고, 예상과 달리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대답을 완전히 못하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에게 물어본 멘트는 무엇이고 어떻게 답을 해줬는지 직접 살펴보도록 하자. 답변이 달려 있지 않은 명령어는 제법 그럴싸하게 답변을 달아준 명령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2016년 인기곡 틀어줘
이 노래 제목 뭐야
이 노래랑 비슷한 노래 틀어줘
이 노래 정보 알려줘 > 제목만 알려줌
이 노래 작곡가 누구야?
이 노래 언제 나왔어?
이 노래 어떤 앨범이야?
다른 가수 노래 틀어줘
이 노래 듣기 싫어
이 가수 데뷔곡 틀어줘 > 데뷔곡 아닌 다른 곡 재생
ㅇㅇ가수 노래 틀어줘
볼륨 50% > 퍼센트가 아닌 0~15단계로 명령해야 함
밖에 비 와?
내일 우산 필요할까? > 강수 확률까지 답변
토요일에 여행 가도 될까? > 이해 못함
오늘 일정 > 일정을 알려주지만 수정이나 변경은 불가
재미있는 드라마 없어? > 저랑 대화를 나눠봐요
드라마 추천해줘 > 몇 가지 드라마 추천
저글러스 언제 해? > 방송 편성 정보 전달
오늘 뭐 입지? > 날씨 정보, 의도치 않은 대답
카카오미니 사고 싶어 > 이름은 아는데 잘 모른다고 함
미국의 2대 대통령은 누구야?
과테말라 대통령이 누구야?
비트코인이 뭐야? > 몇 번 이해 못하다가 설명해줌
카메라의 조리개에 대해 설명해줘 > 잘 모른다고 함
조리개가 뭐야?
블루라이트가 뭐야?
블루라이트가 눈에 미치는 영향은? > 모른다고 함
피라미드의 높이는? > 이해 못함
한국 국보 273호가 뭐야? > 2번 만에 대답
✎ 의외로 대답을 잘 해주기는 했지만 예상과 다른 답변을 해서 당황스러움도 남겼다.
✎ 질문이 길어지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힘들어 했고, 자연스러운 대화도 어려웠다.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인공지능과 제조사가 주장하는 인공지능은 다소 다른 것 같다. 검색창에 입력해서 결과를 문자로 받아보는 것과 목소리로 명령하고 답을 듣는 것의 결과가 같다면, 기존 검색창 역시 인공지능이라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현재의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단어에 맞춰진, 그리고 단어의 조합으로 사용자가 의도하는 것을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다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직관적이면서도 간단한 답변은 검색창에 입력하고 답을 찾는 과정보다 빠른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기도 했고, 360도로 고르게 퍼지는 사운드의 맛이나 멀리서도 ‘클로바’라는 목소리에 잘 반응 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반면, 질문이 길 경우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2가지 이상의 질문을 한 번에 이해하지도 못했으며, 자연스러운 대화 자체가 안되며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소진된다는 아쉬움이 남는 제품이기도 했다.
현재로서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는 네이버 뮤직 이용권과 함께 묶어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감 구매 가격이 5만원 전후로 저렴하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자면 그저 소리만 들려주는 스피커보다는 더 똑똑하고 유용한 제품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를 통해서 진짜 인공지능 비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면, 적어도 5년은 더 기다려야 인공지능이 제법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은 한계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이어지는 사용기를 통해서 더욱 다양하고 특이한 질문들에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AI 스피커)가 어떻게 답변하고 반응하는지를 소개해볼 예정이다. 물론, 이 녀석의 쓰임새와 숨겨진 인공지능의 본능 역시 파헤쳐 볼 예정이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