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IT 기기로서, 사실상 스마트폰을 포기하게 되면 향후 IT 사업 전반에서 뒤로 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MS가 그렇다. 데스크탑을 비롯해 컴퓨팅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며 성장을 하고 있지만 모바일 부문에서의 실수와 실패가 뼈아프다.
MS는 모바일 부문에서 연이어 실패를 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업무용’이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모바일 사업이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를 만들고 말았다.
모바일 시장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늦은 투자,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미 현재 스마트기기를 접하는 세대 가운데 ‘모바일 온리’ 세대가 점점 더 늘어가며 PC가 아닌 스마트폰이 첫 스마트기기인 세대에게 있어서 윈도우 운영체제는 업무를 위해서 별도로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무언가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업. 엘지가 있다.
아직 엘지의 성공이나 실패를 논하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이미 전 세계 수천만대 이상의 iOS 기기를 AR 기기로 만들어버리는 애플의 저력 앞에서 과연 엘지의 3인자 자리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올해 2분기 MC 사업 부분의 적자는 더욱 뼈아프다.
만년 적자, 엘지 MC 사업부의 문제는?
엘지는 G3의 성공 이후 꾸준히 이렇다 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실패와 실수, 잘못된 선택 속에서 지출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제품을 살펴보자면, 뚜렷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사실 G4에서 보여준 아쉬운 발열 논란이나 디자인 논란은 G5를 통해 ‘혁신’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지만 제대로 기획을 하지 못한 G5의 모듈 전략은 오히려 엘지에 대한 신뢰심 하락으로 돌아왔고, 거기에 더해 기본기 부족이라는 논란 역시 엘지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G6에서 보여준 엘지의 저력은 현재까지도 기본기 논란을 불러오지도 않았고, 여전히 고음질폰이라는 점에서 호평을 얻으며 차별화된 엘지만의 색을 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문제는 판매량에 있다. G6가 나쁜 폰은 아니지만 굳이 다른 폰 대신 구입해야만 할 정도로 매력적인 폰도 아니라는 것이 그것이다.
엘지의 마케팅 전략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G6가 선보인 기본기 강화라는 것도 항상 ‘최신, 최고, 최대’ 스펙을 지향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보자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G6는 지난해 플래그십 칩셋을 탑재한 완성도 높은 폰에 그치고 말았다.
끝까지 엘지를 믿고서 G6를 구입한 소비자 가운데 딱히 불만을 제기하거나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 희망이라면 희망이겠지만 현재와 같은 모호한 전략으로는 올가을부터 새롭게 시작될 차세대 스마트폰 대전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색과 컬러
엘지하면 어떠한 느낌이 떠오를까? 엘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이나, 특출한 제품이나, 컬러가 있을까?
애플이라고 하면 골드를 시작으로 로즈 골드, 제트 블랙까지 특별한 컬러 마케팅을 선보이며 이제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로즈 골드’라고 하면 애플을 떠올리고 ‘제트 블랙’이라고 하면 아이폰7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엘지가 선보인 컬러나 컬러의 이름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몇이나 될까?
새롭게 선보인 G6 플러스의 컬러가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인지를 아는 소비자들도 거의 없다. 또한 엘지가 선보인 후면 지문 인식이나 듀얼 렌즈 역시 엘지만의 아이덴티티라고 하기에는 무언가가 약하다.
구글이 선보인 레퍼런스폰과 그 기준에 꼭 맞춘 ‘표준형’ 폰을 지향하는 것은 구글의 입장에서 보자면 반길 일일지는 몰라도, 소비자가 보기에는 그저 그런 안드로이드폰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반면 구글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더라도 자신만의 색을 강하게 남긴 삼성폰은 UI와 UX에서 차별화된 느낌과 경험을 전달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신만의 색은 궁극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만 소개하면 된다는 점에서 비용과도 직결된다.
즉, 이미 ‘로즈 골드’와 ‘아이폰’ 거기다 ‘제트 블랙’과 ‘iOS’만으로도 애플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면서 애플은 그 다음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iOS11이 무엇을 보여줄지, 새로운 아이폰8이 어떠한 변화를 선보이고 어떠한 컬러를 보여줄지, 어떠한 디자인적 변화를 선보이며 새로움을 안겨줄지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분명 아이폰은 꾸준히 디자인이 변하고 더욱 편리한 UI를 가지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만의 색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다.
반면 엘지가 지금까지 선보인 전략들은 마치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와 비슷했다.
카메라 성능은 전작이 더 좋은 경우도 있었고, 하위 모델에도 넣어둔 기능이 플래그십 폰에는 오히려 제외된 경우도 있었다. 경험이 이어지지 않고 색이 통일되지 않은 결과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정적 한방의 부족, 엘지의 미래 전략은?
엘지는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향후 스마트폰 전략이 어떻게 흘러갈지 소비자들도 모르고 엘지 스스로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말았다.
V30는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일체형이 될지, 방수폰이 될지도 의문이며 G6와 마찬가지로 파생 모델이나 새로운 컬러를 뒤늦게 선보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나쁜 선례를 계속 만들수록,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관되지 못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수록 소비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보다 확실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을 보일 뿐이다. 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애플이나 삼성을 택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최대의 위기 속에서 파선될 뻔했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새롭게 다듬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올 2분기에는 애플과 인텔을 넘어선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갤럭시노트FE는 수많은 이슈 속에 있었지만 국내의 경우만 하더라도 완판의 조짐을 보이며 40만대 한정 판매로 노트 시리즈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그냥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갤럭시노트FE를 어떻게 선보일지 스펙은 어떻게 변화를 주고, 컨셉은 어떻게 잡아야 하며, 가격은 어떻게 선정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다시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호평과 혹평’을 받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호평과 혹평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소비를 하는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회사의 제품을 찾고 소비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지는 인터넷에서 받는 호평과 혹평이 아닌,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다시 기본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그 기본이란 이미 엘지가 잘 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소비자들도 엘지가 잘 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