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나 대상이나 경험을 떠올려보자. 그것이 물건이나 사람이라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고, 경험이라면 그 경험이 바로 어제의 일이거나 잠시후 다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때 우리의 뇌는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될까? 이를테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눈 앞에 있는데 시험지가 눈에 들어오게 될까? 때마침 배가 고픈 상황에서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가 눈 앞에 있는데 그것을 무시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물론,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가장 친근한 스마트폰에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우리의 관심과 환심과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최저가 쇼핑 알림이 우리를 유혹하고, 때마침 완성된 게임 아이템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그저 근처에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집중력과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왜일까?
스마트폰이 뇌에 미치는 영향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실험한 결과를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스마트폰을 단지 옆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험은 대규모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고, 실험 결과는 상당히 믿을만했다.
무려 8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방법은, 스마트폰을 책상 앞에 놓아두거나 주머니 및 가방에 넣어두기, 다른 방에 두는 것 등으로 상황을 제각기 다르게 만들어서 문제를 어느 정도 제대로 풀 수 있는지를 실험한 것이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예상이 되었겠지만, 스마트폰이 더 가까이 있을수록, 그리고 눈에 띌 수록 인지능력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더 멀리 할수록 원래 하려던 일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결과도 있었는데,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인지능력이 더욱 현격하게 감소된다는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에 대한 중독이 다른 일에 대한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앞서 소개한 실험에 의하면, 스마트폰을 켜 두는 것이나 꺼 두는 것과는 무관하게 스마트폰이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 그리고 가까이 있는지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꺼둔 상태로 뒤집어두거나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만으로는 집중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살펴봤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바로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은 언제든 어디서든 원하는 그 무언가를 불러와서 눈 앞에 현실화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제 본 드라마의 명장면이 떠오를 경우 폰이 없다면 다음에 보기로 결정하고 현재의 일에 집중하면 그만이지만 스마트폰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당장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우리의 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경험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누군가와 다툰 경험, 사랑을 이야기한 경험, 눈물 나는 영화를 본 경험, 감성적인 음악을 들은 경험이 모두 스마트폰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스마트폰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은?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 살아보기, 스마트폰 없이 화장실 가기, 스마트폰 없이 대화하기, 스마트폰 없이 카페 가기 등등 스마트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삶의 영역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화장실을 가다가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아픈 배를 부여잡고서라도 스마트폰을 찾은 다음 다시 화장실로 향한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우가 있었고, 어느새인가 그 짧은 화장실에서의 시간 조차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허전한 느낌을 가진다는 것에 때때로 놀라게 되기도 했다.
물론, 스마트폰은 죄가 없다.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음악 감상 기능을 더했고 동영상 재생 기능을 품었으며, 게임기나 책이나 지도를 휴대할 필요 없이 하나로 모든 것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지극히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그 언젠가 우리의 가방과 주머니를 가득 채웠던 수많은 게임기나 MP3 플레이어, 만화책, 지도, 전공 서적을 스마트폰이 흡수하면서 우리는 과거와 동일하게 음악을 듣고 영화도 보고 길을 찾고 있을 뿐이지만 단 하나의 기기로 모든 것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큰 대전제 아래 둘러쌓이고 말았다.
스마트폰 의존증, 해법은 없을까?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주’와 ‘부’가 바뀐 것만은 틀림이 없다.
사랑하는 연인이 카페에 앉아서 각자 스마트폰을 바라보기 바쁘고, 아이들이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서 게임을 하느라 서로를 바라보고 뛰어다닐 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하나의 습관이자 삶의 일부분으로서 받아들일 부분도 필요하겠지만 절제 또한 분명히 필요한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제아무리 몸에 좋고 맛이 있다고 하는 음식도 그것만 먹어서는 결국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는데 어느새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면, 알림이 오는 것을 그냥 보내주지 못하고서 매번 단단히 붙잡고 있다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알아보고 법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는 1시간 동안은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놓아두거나, 자기 전에는 스마트폰 대신 잔잔한 음악을 켜두는 일, 화장실에는 흥미로운 책을 한권 놓아두는 방식으로.
물론, 정답은 없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에 빠져들게 될 테니까.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