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8년 전 이야기다. 어느덧 아이패드는 현존하는 태블릿의 조상쯤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었고 아이패드 1세대는 지금에 와서 보자면 어떻게 사용했나 싶을 정도로 무겁고 두꺼우며 상당히 느린 제품이었다. 그러나 분명 그 특유의 디자인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아직까지도 쌩쌩하다는 점이 놀라움을 선사했다.
처음 아이패드가 출시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이폰7이 출시되며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이폰5가 출시되며 화면 비율을 바꾸는 것쯤은 애교라는 듯, 아이팟 터치에서 화면만 키웠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던 아이패드 1세대는 여전히 강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포스트 PC를 지향하던 아이패드는 분명 색다른 컨셉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고 그 이미지는 여전히 선명하다.
오직 단 1개의 단자만을 남겨둔 PC 이면서도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았던 멀티 터치가 가능한 기기인 아이패드는 사실 아이폰보다도 먼저 기획되었을 정도로 스티브 잡스가 꿈에 그리던 제품 가운데 하나였다.
아이패드를 개발하려다가 멀티 터치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심하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당시로서는 상대적으로 구현하기가 더 쉬웠던 아이폰을 먼저 내놓게 되었을 뿐,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이패드와 같은 화면이 큰 멀티 터치 기기가 가득했던 것 같다.
결국 2010년 4월, 기념비적인 아이패드 1세대가 공개되었고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먼저, 동영상을 통해 옛 친구 아이패드 1세대를 다시 만나보자.
놀라운 스펙을 품은 아이패드 1세대
아이패드 1세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놀라운 스펙을 가지고 있었는데, 겨우 256MB에 불과한 램을 탑재하며 멀티태스킹에 취약한, 물론 당시로서는 아이폰 OS 3.2로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자체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놀라움을 던져준 ‘작은’ 램으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아이패드 1세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놀라운 스펙을 가지고 있었는데, 겨우 256MB에 불과한 램을 탑재하며 멀티태스킹에 취약한, 물론 당시로서는 아이폰 OS 3.2로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자체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놀라움을 던져준 ‘작은’ 램으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아이폰으로 보자면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던 애플의 A4 칩셋 역시 아이패드로 넘어오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16기가부터 32, 64기가에 이르는 메모리 용량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용량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만들었다.
배터리는 내장형으로 6,613mAh를 지니고 있었고, 처음부터 10시간 사용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이러한 아이덴티티는 지금까지도 아이패드가 이어오고 있는 나름의 전통(?)이 되었다.
무게는 680g으로 지금으로 보자면 상당히 무거운 편이지만 당시로서는 컴퓨터가 이 정도 무게라는 것에 놀라움을 던져주기도 했던 아이패드 1세대는, 출시 초기부터 3G 모델을 함께 내놓으며 무게는 730g으로 무거웠지만 나름 통신 서비스와 연계된 편의성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인터페이스는 USB 2.0 규격의 애플 30핀 단자로 당시로서나 지금으로서도 일반적인 USB 잭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던져줬던 아이패드 1세대는 멀티 터치 정전식 터치스크린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컴퓨팅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주는 제품이 되어줬다.
1세대의 불편함, 그러나 놀라운 방향성
아이패드 1세대를 지금에 와서 보자면 엄청난 불편함들을 당연하게도 떠안고 있는 제품이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지 않았고, 당시로서는 아이팟 터치에 흔히 사용되던 앱을 억지로 확대해서 2X로 보는 방식으로 최적화가 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즉, 아이패드를 원한 전용 앱이 제대로 안착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이팟 터치의 화면 큼 버전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의 용도를 정의할 수 없었던 대중과 언론은 연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을 정도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이패드 1세대는 10시간이라는 긴 배터리 타임을 비롯해서 더욱 큰 화면으로 휴대하며 즐기는 멀티미디어 기기로서 역할을 다하며 게임기로서도 이름을 떨쳤고, 당시로서는 매우 작은 스마트폰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제품으로 태블릿 시장에 촉매제 역할을 했음은 틀림이 없었다.
지금 출시되는 대다수의 태블릿들의 모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임팩트가 강했던 아이패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1개의 단자만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패드 1세대가 보여준 다양한 방향성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계승되며 이어질 정도로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두꺼운 아이패드, 아날로그의 감성을 맛보다.
애플은 처음에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그대로 디지털 화면에 담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앱 아이콘에서도 드러나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앱을 실행하면 더욱 크게 다가왔는데, 지금의 플랫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보다는 시골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러한 레이아웃은 이미 iOS 5에서 멈춰버린 아이패드 1세대의 운영체제를 통해 더욱 여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두께감이 있음에도 1세대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떠한 투박함이나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 또한 아이패드 1세대를 더욱 특별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줬는데, 9.7형 디스플레이는 비록 해상도가 높아지고 빛 반사율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개선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패드의 대표적인 화면 비율과 화면 크기로 남아 있기도 하고, 전면에 유일하게 남은 물리 홈 버튼 역시 아이패드의 정체성이 되는 것만 보더라도 아이패드 1세대의 아이덴티티는 여전히 아이패드에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iOS 5의 매력을 마지막으로 간직한 아이패드 1세대. 충전을 위해서는 서랍 속 깊은 곳에서 애플 30핀 단자를 다시 꺼내야 하기도 했고, 버벅거리고 느린 반응 속도, 자꾸만 튕기는 웹서핑은 이 녀석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한때 떨어뜨려서 화면이 나오지 않던 녀석을 몇 년 만에 꺼내어서 툭툭 치고는 충전잭을 꽂으니 화면이 나오는 모습에서 노장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두께감은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줬고, 이제 와서 보자면 자글자글한 화면 역시 옛것이라는 또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해줬던 아이패드 1세대.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그리고 1세대를 처음 구입해서 한글도 되지 않는 제품을 어떻게든 사용하려고 방법을 찾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제품으로서 아이패드 1세대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해두기로 했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