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 빠름. 빠름.
경쟁 사회에서 빠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빠름은 하나의 ‘경쟁력’으로 평가를 받았고, 느림보다는 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흔히 ‘느린 사람’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빠른 사람’은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뀐다고 할 정도의 세상 속에서도 IT 업계는 유달리 더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그래서 IT 업계에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달려야 하고, 또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빠름은 ‘무엇을 위한 빠름’인지를 쉽게 잊혀지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열심히 달려서 정상에 오른 것 같기는 한데, 처음에 생각했던 정상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정상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로 지금의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경쟁을 해왔는데, 결국 남은 것은 신뢰도의 하락과 더욱 많아진 해결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은 이유다.
느림의 미학
다시 생각해보자. 느리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일까? 어린아이가 처음 걷기까지 얼마나 많은 엉덩방아를 찧어야 하고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넘어진 모든 순간들은, 지나간 모든 시간들은 정말 ‘손해’인 것일까?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뜸을 들일 필요가 있다. 밥이 다 되었다고 해서 무작정 밥솥을 열게 되면 밥은 이내 숨이 죽어서 기대했던 찰진 밥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IT 업계의 불문율이라면, 필요치 않은 기술에 과도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느리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일까? 어린아이가 처음 걷기까지 얼마나 많은 엉덩방아를 찧어야 하고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넘어진 모든 순간들은, 지나간 모든 시간들은 정말 ‘손해’인 것일까?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뜸을 들일 필요가 있다. 밥이 다 되었다고 해서 무작정 밥솥을 열게 되면 밥은 이내 숨이 죽어서 기대했던 찰진 밥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IT 업계의 불문율이라면, 필요치 않은 기술에 과도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술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발전을 위한 발전과 경쟁을 위한 경쟁이 지속되다 보니 결국 목적지를 잃은 채 신기술 경쟁에만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IT 기술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새로움’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새로움이 ‘실용성’을 놓친다면 결국은 무의미한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느림이 필요하다. 잠시만 멈춰 서서, 이 기술이 정말 유용한지를 고민해보고 이 기술이 사람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새로움을 위한 혹은 경쟁을 위한 또는 보여주기식 기술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사람을 향한’ 기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빠름과 완성도의 반비례
빠름은 완성도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져다준다. 누군가가 갑자기 집을 방문한다고 하면 부랴부랴 집을 치우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성 들여 집을 치울 때와는 전혀 다른 오점을 남기고 만다. 바로 ‘보이는 곳만 깨끗하게’라는 급한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봐줄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떤 기업이 당장 다음 달에 떠날 수 있도록 우주선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 회사를 믿고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는 사실은 바로 이럴 때 직감하게 된다. ‘빠른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2년, 3년이고 기다려주는 여유를 갖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히 ‘느림’을 찾게 된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면 3개월마다, 혹은 6개월마다 신제품이 쏟아진다. 그러나 스마트폰 제조 공정상 이러한 신제품은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특히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느 기업이 스마트폰을 6개월마다 최고의 폰을 내놓겠다고 공언한다면, 자연히 1년마다 만들겠다고 말하는 기업보다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발견될 수밖에 없다. 검증 시간이 줄어들고 개발을 위한 고민과 수많은 아이디어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이 ‘폭발’ 할 수도 있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는 이러한 ‘빠름’으로 인해 드러나고 말았고, 이러한 속도 경쟁은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 생각되었던 빠른 성장과 빠른 경쟁의 극단적인 진실로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삼성의 반성, 그리고 속도 경쟁의 종말
결국 삼성은 상상하기도 힘든 폭발 사태를 겪으면서 더 힘겨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결코 폭발해서는 안되는 폰’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도 이 과제는 ‘불가능한 미션’ 일지 모른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점점 더 다양한 기술을 품으면서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복잡한 스마트폰이, 수백만 대 수천만 대 생산이 된다면 당연히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폭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단 몇 대라도, 발화 및 폭발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폰7도, 갤럭시S7도 다른 모든 폰이 적어도 몇 번씩은 발화 및 폭발 소식을 들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이 내놓는 제품이 다시 발화하거나 폭발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끔찍한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다줄지 모른다.
이미 폭발 사태로 인해 엄청난 이미지 손실과 막대한 비용을 떠안아야 했던 삼성에게 다시금 ‘폭발’이라는 이슈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상하기도 힘든 정도의 위기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은 스스로 자성하며 속도 경쟁이 아닌 내실을 다지기로 결정한 것일지 모른다.
현재도 이미 750여 가지에 이르는 안전 검사를 수행하며, 초기의 휴대폰 생산 당시의 150가지 정도의 검사 항목을 5배나 늘렸지만 이는 모두 실험실과 임상 실험을 통한 통과 의례일 뿐,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쫓기는 시간으로 인해 그런 검사를 모두 수행할 수도 없다.
특히나 빠르게 공개하고, 바로 출시하면서도 동시에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속도전에서 이러한 개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과정은 축소되고 간소화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세스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수반해야 할지 모른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6개월 단위의 신제품 출시 주기를 더 늦출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시장의 속도’와 ‘제품의 완성도’라는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힘겨운 두뇌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빠르게 가지 말고, 바르게 가야 할 때
다시 돌아와서 현재의 스마트폰을 바라보자, 1년 전의 폰과 무엇이 바뀌었을까? 아니 2년 전의 폰과 비교하자면? 사실 1년, 2년 전의 폰과 지금의 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같다’ 그 활용성 측면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년 전의 폰으로 앱스토어를 들어가거나, 최근에 출시된 폰으로 앱스토어를 들어가거나 거의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되고, 같은 앱을 받아서 동일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의 성장은 이미 더뎌지고 있으며 무의미해지고 있다.
방수 기능을 더한다고 해서, 카메라가 더 선명하게 촬영되고 흔들림이 줄어든다고 해서, 배터리가 더 오래간다고 해서 스마트폰 자체가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속도 경쟁은 이미 목적지를 잃은 채 힘겨운 등산을 하는 것과 같다.
상향 평준화가 된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 스마트폰은 이미 같은 기술을 놓고서 다름을 논하느라 두뇌 싸움이 한창이다. 이런 속도 경쟁이라면, 이런 속도 대결이라면 차라리 한 게임을 쉬는 편이 더 낫다. 그리고 바르게 길을 정한 다음, 바르게 달려가는 것이다.
바르게 간다는 것, 그리고 조금은 느리게 간다는 것이 무조건 틀린 것을 의미하지도 않고, 뒤처짐을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 남들이 쉽게 오르지 못하는 산을 오르는 것이 더 오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 MACGUY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