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에 처음 선보인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1위를 위한 초대형 투자 계획이었습니다.
국내 R&D 분야에만 73조원을 투자하고,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자하는 등 무려 133조원의 투자가 예고된 초대형 프로젝트인데요.
이를 통해 국내 설비 및 소재 업체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것입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매년 11조원이 넘는 R&D와 시설 투자가 이어질 계획으로, 삼성전자 자체 전문 인력만 15,000명을 채용하고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벌써 시간은 1년이나 흘렀는데요. 벌써부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우선 대대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4년 사이 3조 5,000억원 수준에 머물던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4조 5,000억원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이 나름 성과라면 성과인데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는 2개의 큰 분야로 구분이 됩니다.
팹리스 즉 칩설계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칩셋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가 있고, 직접 칩설계를 하는 LSI 고밀도 집적 회로 분야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엑시노스 칩셋도 LSI 분야인데요. 현재 칩셋 분야 1위는 미국의 퀄컴입니다.
아쉽게도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의 목표와는 달리 국내를 비롯한 미국에 출시된 갤럭시S20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되면서 엑시노스가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체 퍼포먼스를 비롯해 그래픽 성능과 배터리 관리 등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특히 카메라 처리 성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면서 결국 삼성의 최대 전략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이 채택되고 말았습니다.
퀄컴은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이 33.4%로 1위 기업이며 그 뒤를 미디어텍이 24.6%로 쫓아가는 상황입니다.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018년에는 11.8%였지만 2019년에는 14.1%로 올랐다는 것이죠.
결과 애플을 밀어내며 시장 3위에 안착했습니다.
남겨진 과제는 미세 공정에서의 발 빠른 기술 개발과 차별화된 칩셋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폴드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단독으로 채택되면서 퍼포먼스는 퀄컴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삼성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 분야 역시 TSMC가 54.1%로 굳건한 1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기술력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또한 오직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면서 수많은 고객사의 신뢰를 받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시장 2위이지만 15.9%의 점유율로 격차가 상당한데요.
심지어 점유율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파운드리 사업에서 승기를 잡기까지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파운드리 자체 생산과 자체 소비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결과 삼성의 반도체 부문 내부 매출 비중만 19%에서 25%에 달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사업 구조는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점유율 확보와 수요 및 공급에 있어서는 장점이 되지만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 고객사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독자 NPU 사업 육성을 강화하는 상황입니다.
2030년까지 관련 인력을 10배 이상 확대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죠.
또한 EUV 전용 화성 V1 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EUV 노광 기술을 통해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 구현을 목표로 이미 5나노 공정을 2019년 하반기에 제품 설계까지 마쳤고, 올해 상반기에는 4나노 공정의 개발 완료 및 올해 말까지 제품 설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결과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실적은 역대 2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지만, 코로나 사태로 위험 신호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삼성전자 LSI 전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염병 사태로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고 소비 심리 둔화 및 수요 축소가 예상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퀄컴이 시장 지배적인 점유율로 칩셋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하면서 삼성 칩셋을 채택하는 제조사가 늘어날 가능성에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합니다.
또한 AMD와의 협력을 통한 차세대 엑시노스가 빠르면 내년 초에 선보일 갤럭시S21에 탑재될 수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10년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불과 1년 만에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이 10년 후의 미래를 전혀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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