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논란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은 타도 페이스북을 외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그동안 쌓인 불만들을 터뜨리며 페이스북에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논란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감기와도 같이, 찻잔 속 태풍과도 같이 지나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페이스북은 이미 전 지구적인 파급력을 미치는, 그래서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 사태는 그동안 ‘의심’만 해왔던 일들에 있어서 모바일 버전 ‘미투’ 수준으로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대한 불신과 불만,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확신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정말 스마트폰을 훔쳐본 것일까?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 어떻게 사용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훔쳐갔고, 어떻게 활용했으며, 무엇은 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선 페이스북은 가장 먼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좋아요’하는 것들을 파악했고, 어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무엇은 공유하고 또 하지 않는지를 분석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첫 가입 순간의 주소록 활용 동의는 내 ‘지인’들을 구분짓고 페이스북의 다양한 서비스에서 지인들의 소식이 나타나게 만들면서 ‘나’를 위한 것처럼 보여졌다.
마치 카카오톡에서 주소록을 통해서 지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꾸며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페이스북이 바라는 일들이었다. 즉, 페이스북이 더 간절히 원하던 일이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의 ‘관계망’을 최대한 빠르게 구축해서 페이스북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페이스북은 통화 기록과 문자 기록까지 엿봤다.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생활을 그대로 들여다본 것이다. 한 기자는 자신과 관련된 통화 기록을 무려 2년치나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표하기도 했다.
왜일까? 이유라면 페이스북이 사용자에 대한 보다 ‘민감한’ 정보를 토대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길 원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한 것처럼 서비스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민감한 정보’를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것을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원치 않을 경우 차단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러한 ‘개인정보 관리’는 수십개의 설정에 분산되어 있었고, 결과 설명서를 참고하지 않고는 모두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는데 있다.
즉, 페이스북은 이처럼 민감한 정보가 돈이 됨을, 그래서 더욱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페이스북은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최근 논란이 되었던 페이스북의 정치적 성향 관련 정보 유출 이슈는 페이스북이 사생활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정보를 서드파티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얼마나 쉽게 가져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빅데이터와는 전혀 다른 빅브라더를 떠올리게 만든다. 빅데이터는 미래를 예상하고 투자하도록 만드는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로 불린다.
그러나 빅브라더는 절대 권력으로 묘사되며,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즉, 빅데이터와 빅브라더는 본질적으로 닮아 있으면서 또한 본질적으로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왓챠’와 같은 서비스가 있다. 왓챠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본 영화나 드라마에 평점을 남기면, 동일한 평점을 남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 즉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심지어 아직 보지도 않은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자가 몇 점을 줄 것인지를 예상하기까지 한다.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 서비스로 왓챠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심리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권한을 대거 요청한 다음, 해당 정보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말았다. 다른 기업이나 단체의 개인정보 오남용을 체계적으로 예방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 정치권에서는 사용자들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해서 개인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즉,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성향을 불법적으로 도용한 ‘빅브라더’가 되고 말았다.
이제 시야를 넓혀보자. 우리가 페이스북에게 ‘승인’을 해줬던 스마트폰 속의 수많은 권한들은 오직 페이스북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계산기 어플리케이션 하나가 스마트폰의 모든 권한을 요구할 정도로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과도한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권한을 ‘승인’한 이후의 상황 또한 심각하다. 한번 승인된 권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앱을 삭제할 때까지 마음대로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가벼운 사진 촬영, 사진 편집 어플리케이션만 설치하더라도 사진 앱에 대한 접근을 묻고, 당연해 보이는 이 과정 뒤에는 해당 앱이 언제든지 내 사진첩을 보고, 가져가고, 도용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 앱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서드파티 앱과 서비스에서 자체 클라우드를 내세우지만 해당 정보가 정말 ‘나’에게만 보여지는 철저히 관리되는 정보인지, 원한다면 누구라도 훔쳐볼 수 있는 오픈된 정보인지는 알 길이 없다.
결국 우리는, 제2 제3의 페이스북에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넘겨줬을지 모르며, 또한 지금도 그렇게 하고있을지 모르는 빅브라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비단 페이스북에게만 화살을 돌려야 하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스마트폰의 권한 승인 체계부터, 민감한 개인정보를 잘못 활용한 기업에 대한 가벼운 처벌에 이르기까지 ‘개인 정보 보호’라는 보다 포괄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아직까지도 숨어서 개인정보를 훔쳐가는 기업과 단체, 정부들은 단지 우리의 스마트폰을 훔쳐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전체를 훔쳐본 것이기 때문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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