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은 그동안 객관적으로 볼 때 혁신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졌던 애플의 행보에서 돌아와 다시금 큰 변화를 보여줬다.
아이폰X이 보여준 여러 가지 변화 중 몇 달 간 직접 사용하면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요소는 전면에 있는 ’TrueDepth 카메라’다. 트루 뎁스 카메라가 후면에 탑재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이슈거리가 된 것을 보면, 트루 뎁스 카메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아이폰X의 트루 뎁스 카메라가 아이폰X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며, 아이폰X가 다른 스마트폰들 보다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고.
그저 실제로 사용해본 트루 뎁스 카메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각 기능의 사용성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어떻게 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면 하는지 가볍게 이야기해볼까 한다. 소제목으로 등장할 주제는 ‘Face ID’, ‘인물 사진’, '애니모티콘'이다.
페이스 ID는 트루 뎁스 카메라를 사용해 3만개 이상의 도트를 투사해 사용자 얼굴 고유의 기하학적인 형상을 판독하고 잠금 해제할 때 활용하는 기술인데, 정확도가 높고, 안경을 쓰거나 수염을 길러도 인식하며, 터치 ID 못지않게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터치 ID보다 사용성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홈버튼과 함께 터치 ID가 사라지면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불편함들을 줄여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직접 사용해보니 Face ID는 Touch ID와 비슷한 구석이 여럿 있었다.
화면을 켜고 홈화면에 진입하는 과정이 홈버튼을 누르는 것에서 끝났던 터치 ID와 마찬가지로 들어서 깨우기에 힘입어 페이스 ID도 그저 하단의 바를 위로 스와이프 하는 것으로 홈화면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물론 이 경우는 아이폰X의 화면을 눈으로 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각도의 제약이 적다는 것도 비슷한 점인데, 아이폰X을 손에 들고 있고 아이폰X의 화면을 볼 수 있는 각도라면, 웬만한 일반적인 각도에서 페이스 ID로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다.
또 적외선 센서 덕분에 조도의 상관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지만, 또 한번 인식이 실패하면 다시 시도해도 실패할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터치 ID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페이스 ID를 통해 만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폰X은 전면 카메라로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8에도 탑재된 여러 가지 조명 모드는 사실 아이폰X의 셀카 인물 사진 모드를 위해서 만들어진 기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트루 뎁스 카메라를 활용한 전면 인물 사진 모드 기능은 내 얼굴을 제외하고 ‘대만족’이었는데, 후면 듀얼 카메라를 사용한 인물 사진 모드보다 사용자 패턴에 더 적합한 것은 물론이고 사용성 자체도 훨씬 뛰어났다.
이유인즉슨,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후면 인물 사진 모드와 달리, TrueDepth 카메라를 통한 인물 사진 모드는 얼굴로 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 아니라면 거리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Clips 앱을 사용해서 영상을 만들 때, 뒷 배경과 사용자를 분리해 여러 효과를 즐겨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다른 거리에서 함께 셀카를 찍을 때, 이를테면 테이블에 여러 사람이 앉아서 이 기능을 사용할 때는 뒤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햇빛에 눈이 부신 날 야외처럼 광량이 너무 많은 장소에서는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는데, 충분한 광량으로 색감이 살아나면 인물 사진 모드가 죽어버렸다.
인터넷 검색창에 애니모티콘 영상을 검색하면 시간을 보내기 좋은 웃긴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카카오톡에서 구입해야 하는 이모티콘과 달리 애니모티콘을 활용하면 자신이 직접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을 간단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재밌는 기능을 함께 사용할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는 SNS를 주로 사용하니 아이메시지를 사용할 상대도 별로 없거니와, 아이메시지를 사용해 연락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애니모티콘을 보내봤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일반 아이폰 유저가 애니모티콘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면 아이폰X 사용자가 보낸 애니모티콘을 저장했다가 전달하는 방식을 써야 하는데, 카메라 앨범에 저장되니 보기에도 꺼내 쓰기에도 불편하고, 애니모티콘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아주 한정적이다.
만약에, 카톡의 이모티콘처럼 모든 아이폰 유저들이 원하는 애니모티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 SNS처럼 아이폰X 유저들이 재미있는 애니모티콘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그것을 모든 아이폰 유저들이 저장해두고 아이메시지를 사용하면서 간편하게 꺼내올 수 있는 플랫폼 말이다.
애플 자체적으로 그러한 플랫폼을 만든다면, 혹은 페이스북처럼 이용자가 이미 많은 플랫폼에서 애니모티콘을 위한 플랫폼이 파생된다면, 많은 아이폰 유저들이 동시에 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을 테고, 컨텐츠의 양도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폰X 유저는 누구나 ‘컨텐츠’를 자신이 직접 생산해 낼 수 있고, 모든 아이폰 유저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애니모티콘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고, 또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아이폰의 또 다른 무기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때의 이야기일테고, 또 그저 한 소비자의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애니모티콘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아이폰X을 포함한 대다수의 아이폰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 올라갈 수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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