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애플은 차세대 애플워치3를 선보였고, 아이폰8을 내놓았으며 아이폰X을 공개했다. 아이폰X이 공개에 그친 이유라면 역시나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그 누구보다,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더 많이 판매하기를 원하는 애플이 굳이 출시일을 늦춰가면서까지 위험 부담을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폰8은 새롭다기 보다는 무난한 변화를 선택했다.
1:1로 놓고서 아이폰7과 아이폰8을 비교하더라도 갸우뚱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어느새 낮아진 아이폰7의 가격은 오히려 가성비가 뛰어나 보이고, 선택지가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아이폰8에 대한 느낌은 아이폰X 때문일지, 아니면 가격이 낮아진 아이폰7 때문일지는 몰라도 애매하다.
애플워치3까지 더하자면 이번 애플의 발표는 지난번 WWDC만 못하다는 총평이 가능할 것 같았다. 새로움이라고 하기에는, 미래와의 조우라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이전만 못하다.
애플워치 시리즈3의 등장
애플워치 시리즈3는 더욱 똑똑해진 활동 코치를 비롯해서 심박수 앱과 기능이 실시간 단위로 바뀌었고,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LTE를 품었다. 내장된 고도계를 비롯해 더욱 빨라지고 실용적으로 다듬어진 시리까지, 말 그대로 애플워치 시리즈3는 그 자체로 완성형 버전에 가까웠다.
특히나 야외 운동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운동을 그대로 품은 애플워치3, 즉 애플워치 시리즈3는 모든 운동을 섭렵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내부 UI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다듬어졌다.
S3 칩셋과 W2 칩셋을 통해서 이전과 비교해 70%까지 더 빨라지고 반응성이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밴드와 함께 새로운 워치 페이스 및 iOS 4를 통한 차별화를 선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디자인은 그대로였고, LTE 버전에서 하나같이 통일된 빨간색 용두는 어색함이었고 난해함이 묻어났다. 저마다 다른 어울림이라기 보다는 모든 아이폰에 애플 로고가 있는 것처럼 LTE 버전에는 붉은 색 낙인이 남겨지고 말았다.
디자인도 그 자체는 동일했고, 새로움을 주는 컬러나 재질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세라믹으로 마감된 3가지 기본 종류의 애플워치와 에르메스를 더한 버전까지 그대로 선보였을 뿐이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GPS 와 LTE를 품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졌다거나 기존 애플워치 사용자들이 배아플 일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첫 구매로는 이만한 완성도를 지닌 애플워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하더라도 말이다.
아이폰8, 유리로 빚어내다.
모든 설명은 이것으로 끝이다. 유리로 만들었으며 역대 스마트폰에 탑재된 유리 가운데 가장 튼튼할 뿐 아니라 유리이기 때문에 후면 절연띠가 사라졌고 무선 충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a는 찾기 힘들다. 당연한 칩셋의 변화는 A11 바이오닉이 있었을 뿐 디스플레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와이드 컬러 디스플레이와 3D 터치, 화면 밝기 및 명암비까지 동일했다.
베젤도 그대로였고 카메라 역시 특출나게 바뀐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내부적으로 센서가 바뀌었고 ISP가 완전히 새롭게 다듬어졌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하기에는 아이폰X을 위한 양보를 많이 한 듯 했다.
다만 인물 사진 조명 기능이 베타로 더해졌고, 트루 톤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주변 색감에 따라 자연스러운 화면으로 바뀐다는 점은 마음에 와 닿기도 했다. 아이패드 프로와 동일한 변화다.
유리로 마감된 외관 역시 새로움이라면 새로움이면서 이전 아이폰7에서의 제트 블랙과 비교해서 내구성은 높이고 손맛까지 다듬었기 때문에 아이폰6부터 이어진 디자인의 정점을 찍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아이폰7 플러스보다 더 큰 세로, 가로 길이에 두께까지 더 두꺼워지고 무게는 결국 200g을 넘어서서 202g이 되고 말았다. 이전 아이폰7 플러스도 묵직하다고 생각했고 갤럭시노트8 역시 너무 무겁지 않을까 했는데, 최고 기록을 넘어서고 말았다.
아이폰8 및 아이폰8 플러스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대중화된 아이폰 모델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디자인의 어쩌면 마지막 버전이 될 아이폰이라는 것이다. 세세하게 들어가보자면 많은 변화를 선보였지만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그 어느때보다도 줄어들었고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아이폰7 플러스에서 iOS 11로 판올림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경험할 수 있는 변화들에 그치면서 오히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격이 저렴해지고 색상 선택지까지 다양한 아이폰7 시리즈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폰X, 낯선 미래와의 조우
10주년을 기념하는 아이폰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아쉽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아이폰의 변화라고만 하기에는 대단한 시도를 보여준 아이폰X은 5.8형 화면을 가졌지만 크기는 아이폰7 플러스보다 작아서 손에 잡히는 맛이 더 좋아졌다.
처음으로 홈 버튼을 완전히 지워버린 아이폰X은 페이스ID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미래와의 조우라는 컨셉에 맞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했는데, 솔직히 기대한 것 만큼 나온 것 같았다.
홍채 인식처럼 눈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향해서 보이지 않는 도트를 쏘아서 사람의 얼굴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3D 프린팅을 하듯이 캡쳐를 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위로 들지 않더라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A11 바이오닉 칩셋과 무선 충전, OLED를 적용한 슈퍼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1300:1의 명암비에서 무려 100만:1의 명암비로 높아지면서 표현의 한계를 넘어선 아이폰X은 무게가 174g으로 더욱 가벼워졌고, 가로와 세로 길이 역시 한손으로 잡고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어 센터를 불러오는 동작은 화면 최상단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고, 아래에서 위로 스와이프 하는 동작 만으로도 바로 홈 버튼의 역할을 대신하는 똑똑함을 보여줬다.
홈 버튼이 사라진 곳에는 가로로 긴 바가 생겨났는데, 이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했다. 이를테면, 위로 끝까지 스와이프해서 홈 화면으로 나가거나, 중간까지 스와이프하고 멈춰서 멀티태스킹을 하거나, 혹은 좌우로 스와이프해서 앱 간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직관적이면서도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한 기능은 아이폰X을 완성하는 세밀하고 섬세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기 때문이다.
또한 듀얼 렌즈 모두에 OIS가 탑재되었기 때문에 갤럭시노트8과 동일한 변화를 카메라에 선보였고, 이제는 4K 60프레임 촬영까지 지원하면서 퍼포먼스가 더욱 높아졌다.
전면 카메라 역시 인물 사진 모드를 지원하며 인물 사진 조명 베타 버전과 함께 애니모티콘도 선보였는데, 이 기능이 향후 이모티콘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대단했다.
앞서 언급된 전면 3D 얼굴 인식 기술을 단순히 잠금 해제라는 영역에만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이모티콘을 사람의 얼굴 모양과 동일하게 다듬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이제는 이모티콘에 사람의 감정과 표정까지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7과 비교해서 최대 2시간 더 길어진 배터리 타임을 지원하는 아이폰X은 스페이스 그레이와 실버 컬러로 출시되었으며, 언론의 예측과는 달리 기본 모델의 가격이 1,000달러를 넘지 않으면서 의외의 가격대 선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화려한 볼거리, 새로운 시도들
이번 애플 이벤트 발표를 통해서 통일된 애플의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록 화면의 크기가 커지기는 했지만 아이폰7 및 아이폰8까지는 동일한 16:9 비율의 아이폰만 내놓았다면,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변화는 완전히 화면을 장악하려 했기 때문이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화면 디자인을 가지고 와서는 미래와의 조우라며 소비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충분해 보이기도 했다. 화면의 여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배터리 및 시간 정보를 표시하고, 하단부는 홈 버튼 대신 가로로 긴 바가 위치해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HDR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깊이감이 더욱 깊어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기기적인 변화는 그 자체로 애플의 미래가 어디를 향할지 예상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베젤이 줄어든 스마트폰을 원하지만, 단순한 화면의 확장이 아닌 기술과 경험의 조화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이번 디스플레이를 18:9 비율과 같은 다른 비율로 소개하는 대신 기술과 경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실제 아이폰X의 화면은 여전히 16:9 비율의 영상을 보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고, 그렇게 쓰도록 다듬어져 있다. 단지 상하단의 베젤 부분을 모두 화면으로 덮으면서 더욱 많은 정보를 담으려는 시도를 했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애플은 에어파워로 불리는 새로운 무선 충전 패드를 공개했는데,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에어팟을 올려두면 최대 3대의 기기까지 자유롭게 충전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각 기기의 충전 정보를 아이폰에 모두 통합해서 보여주는 일체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기기간의 융합을 새롭게 다지려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즉,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워치 및 에어팟을 사용할 때 얻는 경험의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에어파워가 내년에 출시된다는 점은 아쉬웠고 가격도 비쌀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무선 충전의 편의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 변화가 아닐까 싶었다.
애플이 포기한 것들
애플은 이번 아이폰X 및 아이폰8에서 방수 성능을 조금도 더 향상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IP67의 방수 규격으로, 생활 방수라고 부를 뿐이다. 충분히 IP68 혹은 그 이상을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애플 펜슬을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의 차이는 그대로 남겨두면서 마치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의 간극처럼 그 사이를 그대로 벌려두기도 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화면 밝기를 비롯한 퍼포먼스에서의 향상이 다소 크지 않았다는 것이 있었고, 아이폰X의 경우 후면의 카메라 배치 변화 및 디자인 변화에 대한 합당한 설명 대신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면서 아쉬움을 남긴 점이 있었다.
후면의 카메라가 너무 커지기도 했고 존재감이 강한 반면, 디자인적으로 진보되었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폰8이 가장 아쉬웠다. 아이폰X에 모든 것을 더하려다 보니 아이폰8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저 아이폰X에서 추가된 어떠한 기능을 아이폰8에서도 제공할지를 고민한 흔적만 보일 뿐, 베젤이 줄어들었다거나 새로움을 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아이폰7부터 아이폰X까지, 새로운 로드맵
아이러니한 점이라면 실질적인 칩셋의 성능이 25% 향상되었기 때문에 고사양 작업을 많이 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아이폰7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 있다. 방수 성능도 그대로이고, 카메라 성능도 거의 같을 뿐 아니라 컬러 선택지는 오히려 더 많기도 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애플은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려는 것일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이미 아이폰7의 가격은 70만원대로 내려왔고, 아이폰7 플러스 역시 90만원대로 선택이 가능해졌다.
반면 아이폰8은 새로운 유리 마감 디자인을 비롯해서 세세하게 변화된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골드 컬러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아이폰6 및 아이폰6s 사용자들이 선택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폰X은 출시일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한국 출시가 늦은 아이폰의 특성상 국내에서는 아이폰8과 함께 선보일 가능성이 크며,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로 출시가 되면서 아이폰X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아이폰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즉, 가성비에서는 아이폰7이, 아이폰의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이폰8이, 프리미엄을 찾던 분들에게는 아이폰X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이번 변화가 완벽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이폰은 잘 팔릴 것이고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른다.
과연 이번에 애플이 선택한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어떠할지, 또한 무난한 변화에 그친 아이폰8에 대한 시선은 어떠할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아무튼, 출시가 늦어진 아이폰X은 연말까지도 공급 부족이 심각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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