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흥미가 좀 사라졌다.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했을 때의 그 설레임이나 앱 마켓을 통해 서드파티 앱을 설치할 때의 놀라움, 매일매일 만나는 새로운 기능들과 내가 원하는대로 설정이 가능한 수많은 가능성들에 괜히 설레발을 치기도 했고, 그렇게 1세대 스마트폰을 만나던 당시는 늘 신선한 충격으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게 되면서 처음의 설레임은 어느새인가 의무감으로 하게 되는 어떠한 일말의 행동에 그치고 말았다.
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사용 환경을 그대로 이식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다시금 이전에 사용하던 앱을 설치하고 설정하며 다시금 처음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것이다.
그럼에도 좋았다.
초창기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완전히 달라진 퍼포먼스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마치 매년 경차에서 소형차로, 소형차에서 준중형차로, 그렇게 대형차까지 바꾸는 일말의 과정을 겪는 것처럼.
그러나 모든 일은 흥미를 잃기 마련이고, 스마트폰 역시 그런 시점이 왔다.
아이폰은 아이폰6s 때부터 ‘놀라움’보다는 ‘개선’ 정도에 그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갤럭시나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역시 혁신 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스스로 정체기에 접어들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폰을 사던 그때의 설레임이 사라진 것일까?
스마트폰의 등장, 매일이 혁신
스마트폰은 피쳐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줬다.
우선 화면이 더욱 커졌고 물리적인 키패드 대신 화면을 터치하는 경험이 무언가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는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피쳐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줬다.
우선 화면이 더욱 커졌고 물리적인 키패드 대신 화면을 터치하는 경험이 무언가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는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었다.
모든 부면에서의 혁신이라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의 발전은 그동안 정체기를 겪어야만 했던 휴대폰 시장에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매일이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게 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앱스토어, 어플리케이션 장터가 문을 열었고, 소비자들은 무언가를 구매하며 그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앱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무한대로 늘어난 결과 친구들과, 지인들과, 연인과 함께 새로운 앱을 통해 게임도 하고 즐거움을 더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또한 초창기 스마트폰 시장은 이통사와의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통사의 대대적인 수입원이었던 문자 대신 무료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의 이용자들이 급증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인식은 스마트폰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것이 있었다.
결국 스마트폰이 등장하던 초창기의 상황은 카메라부터 디스플레이, 성능, 사용자 경험, 요금제까지 모든 부면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었고 매번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의 성장, 마지노선을 만나다.
그러나 스마트폰 역시 매년 반복되는 스펙과 디자인에서의 변화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는 없었다.
물론, 스마트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콘솔 게임기를 따라잡을 수준이 되었고, PC 시대의 종말을 고하기도 했다. 이제는 더이상 PC를 첫 IT 기기로서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세대가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이러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과 대중들의 구매는 폭발적인 성능 향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어떠한 제품군 보다도 빠른 발전과 기술의 진보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군이 바로 스마트폰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 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의 기술적인 발전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화면을 무작정 키우던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5인치 전후의 크기에서 더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스펙 역시 엄청나게 높아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모두 활용할 만한 앱은 게임을 제외하고는 많이 없는 상황이다.
디자인 역시 바(bar) 형 디자인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면서 그 폰이 그 폰 같은 인상을 주고 말았다.
초창기 스마트폰의 기술적인 한계가 오히려 색다른 디자인으로 덧씌워지며 독특한 느낌을 전달했다면, 기술의 발전이 디자인적인 진보를 가로막으며 신선한 느낌을 줄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역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미 사라진 스마트폰 구입의 설레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늘어남에 따라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더욱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전체 휴대폰 시장의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돈이 되는 프리미엄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이고, 스마트폰의 성장 역시 획기적이라고 할 수준이 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수익률 악하와 제로썸 게임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같은 파이를 놓고서 많은 업체들이 나눠갖기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 경쟁이 촉발되고 말았고, 놀라운 외형적인 성장을 강조하던 화웨이 역시 수익률 측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면서 정작 많이 판매하기만 했을 뿐 수익은 내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해법을 찾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샤오미를 비롯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스마트폰의 기술이 고도화되고 더욱 발전될수록 그로 인한 제반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이미 높아진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하려 하니 경쟁 자체가 힘들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의 스펙만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작업에 큰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차세대 스마트폰은 과거의 자사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직면해 있다.
본질적으로 ‘스마트폰을 사던 그때의 설레임’이 사라진 결과 시장의 정체기가 도래하고 만 것이다.
결국 제조사들은 제 2의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웨어러블에 투자하고 있고, IoT를 키우기 위해 안간힘이다. 최근에는 AI 경쟁으로 불씨가 옮겨 붙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못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조사들 스스로가 ‘하나면 충분하다’며 기능과 경험의 통합이라 부를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고는 이제와서 다시금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제 2의 기기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편한 것을 찾는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다름’을 위해 편한 것 대신 새로운 것을 자꾸만 하라고, 사용하라며 강요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기술들은 사용되지 못한 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는 또다시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쳇바퀴가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PC의 성장기가 그러했고 TV의 성장기가 그러했듯 모든 제품은 언젠가 하향세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던 그때의 설레임은 모든 경험이 ‘처음’이라는 특수성이 있기도 했고, 억압되어 있던 시대로부터의 해방을 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 족쇄가 되고 있는 상황.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결여되어 있고 어떠한 가치가 더욱 필요한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만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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