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아니,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삼성이 대대적으로 내놓은 빅스비라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모태가 애플의 ‘시리’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빅스비의 한국어 버전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이폰6s 광고의 목소리를 맡았던 호란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별 것이 아닌 것 같지만 흥미롭다. 마치 지난해까지 A라는 회사의 화장품을 광고하던 B라는 연예인이 올해부터 C라는 회사의 화장품을 가지고 와서는 홍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흥미로는 사실의 이면에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삼성이 빅스비를 만들기 위해서 애플로부터 개발진들을 빼온 것도 아니고, 애플과 호란의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계약 파기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보자면 2017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AI이고, 이러한 AI에 있어서 ‘사람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삼성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친근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호란을 택했고, 또한 스마트폰의 미래를 내다본 결과 빅스비의 서비스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인수하게 된 것이다.
시리 개발진들이 만든 빅스비
시리는 애플이 내놓은 AI 비서라 부를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라거나 ‘밖에 바람 세기가 어때?’라거나 혹은 ‘에펠탑의 파노라마를 보여줘’ ‘이 웹사이트 저장해’ 등등 수많은 명령어들을 목소리만으로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시리는 애플이 내놓은 AI 비서라 부를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찍은 사진 보여줘’라거나 ‘밖에 바람 세기가 어때?’라거나 혹은 ‘에펠탑의 파노라마를 보여줘’ ‘이 웹사이트 저장해’ 등등 수많은 명령어들을 목소리만으로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러한 시리를 개발하기 위한 첫 출발선으로 돌아가게 되면 미국의 국방부 및 비영리 연구기관인 스탠포드 국제연구소가 있다. 즉, 이곳에서 시리의 모체가 만들어진 것이고 이후 꾸준히 발전하고 개방된 서비스가 현재의 시리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시리를 개발하던 개발자들 사이에서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몇몇 개발자들은 시리를 보다 더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까지는 지금보다 더 폐쇄적인 정책을 내놓았던 애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과 몇몇 개발자들은 애플을 박차고 나와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가 바로 비브 랩스이며, 이 비브 랩스에서 개발하던 인공 지능 서비스와 삼성의 S 보이스 등 기존 서비스가 결합하며 비로소 ‘빅스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 시작점을 보자면 분명 시리의 아이덴티티가 있을지는 몰라도, 발전의 방향성이 달랐던 만큼 빅스비와 시리를 놓고 보자면 이러한 차이는 많은 곳에서 발견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다음달 4일에 뉴욕 여행을 가겠다’고 빅스비에게 이야기를 하면, 빅스비가 지금까지의 사용자 환경과 경험을 토대로 비행기편과 숙소를 모두 잡아주는 등 다양한 기업과 서비스가 연계된 진짜 ‘비서’의 역할을 수행해주는 것이다.
또한, 사물을 찍으면 빅데이터를 토대로 사물을 분석해서 해당 사물의 정보를 보여주거나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시리와 빅스비의 이러한 방향성의 차이는 점차 개방성을 강화하는 시리와 함께 경쟁이 심화될 AI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결론적으로 보자면 빅스비의 방향성이 더 소비자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리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편리한 서비스였지만, 보다 깊은 삶의 영역으로 보자면 빅스비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아이폰6s’ 호란 목소리를 품은 빅스비
애플이 아이폰6s를 내놓았을 때 애플은 ‘혁신의 부재’를 극복해야 하는 당면 과제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폰6와 비교해서 아이폰6s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도 상당했다.
이러한 시선을 예상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애플은 ‘바뀐 것은 단 하나, 전부’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이것이 바로 아이폰6s’라는 광고를 내놓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한국어 버전 광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호란’이었다. 호란은 특유의 중저음 베이스와 칼칼한 음색으로 광고를 끝까지 보도록 만들어줬고, 이러한 아이폰6s 광고는 잘 만든 광고로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폰6s를 홍보하던 호란의 ‘목소리’는 이제 최대 경쟁자라 부를 수 있는 삼성 빅스비의 ‘목소리’가 된 상황이다. 심지어 빅스비는 AI 플랫폼이기 때문에 어쩌면 앞으로 애플의 광고나 서비스에서 호란의 목소리는 더이상 듣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빅스비(Bixby)의 모체가 시리라는 사실, 그리고 빅스비의 목소리가 아이폰6s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호란의 목소리라는 사실은 어쩌면 기업에 있어서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한 기업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는 최대 경쟁자와 협력을 하게 되었고, 한 기업의 제품이 ‘가장 좋다’고 홍보하던 한 연예인의 목소리를 다른 기업 서비스의 ‘목소리’가 되는 것을 보면서, 기업들간의 더욱 치열해지는 인수와 합병, 협력과 연계 서비스에 장벽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빅스비에 담긴 삼성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이 냉장고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 혹은 세탁기라면? 아니면, 다리미를 삼키는 것은 가능할까?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냉장고를 조작하는 것이라면? 세탁기를 켜고 끄거나 바로 건조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이미 삼성은 냉장고 안의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해서 IoT로 활용하는 플랫폼을 내놓았고 이를 통해 ‘패밀리 허브’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빅스비라면 이야기는 달라질지 모른다.
애플이 ‘홈’ 킷을 만들어서 다양한 IoT 서비스와 연계를 하고 있지만 삼성은 직접 가전제품을 만드는 업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삼성이 ‘빅스비’를 베이스로 한 수많은 IoT 가전을 내놓는다면, 다른 어떤 스마트폰 제조사들보다 더 직접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삼성은 빅스비를 활용한 갤럭시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다루고, 회사에서의 사무기기들을 다루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일지 모른다.
빅스비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발전하며 더 소비자 친화적이 된 시리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삼성이 누구보다도 빨리 습득하고 이해해서 소비자를 더 빨리 이해하는 서비스로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갤럭시S8에 굳이 빅스비 전용 버튼까지 넣어둘 정도로 갤럭시S8의 핵심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빅스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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