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한지 한 달쯤 된 스마트폰이 새로운 컬러를 내놓는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그것은 제조사의 마음일지 모르며 그것이 제품 판매에 있어서 ‘득’이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독’이 된다면 이러한 마케팅은 나쁜 마케팅이 아닐까?
엘지전자는 그동안 아쉬운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겸손 마케팅이라는 나름 독특한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소비자들이 나서서 홍보를 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거듭된 겸손 마케팅이나 아쉬운 제품 판매량을 보자면 엘지전자의 이러한 전략이 득 보다는 실이 더 큰 것 또한 당연해 보인다.
이번 G6 역시 동일하다.
출시 초기, 인기를 끌 것만 같았던 G6의 판매는 사상 최대의 예약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열기는 어느덧 갤럭시S8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말았고, 그 결과 이전만 못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엘지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그 카드라는 것이 조금 묘하다.
모두에게 주는 것도 아닌 1,000명 추첨으로 엘지 워치 스포츠를 증정하는가 하면, 이 또한 기존 소비자들은 제외한 채 4월 구매 고객 한정으로만 진행될 예정이다.
거기다 KT 단독으로 2가지 컬러의 ‘블랙에디션’을 추가로 선보이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다시금 ‘역시 엘지 마케팅’이라는 악몽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총체적인 전략의 부재로 인한 잘못된 선택과 오판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잘 만든 폰을 잘못 판매하려는 엘지
G6는 분명 잘 만든 폰이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엘지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아이스 플래티넘 컬러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비롯해 기기 자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폰이 된 것인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들지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의 부재에 있었다.
G6는 분명 잘 만든 폰이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엘지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아이스 플래티넘 컬러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비롯해 기기 자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폰이 된 것인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들지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의 부재에 있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G6는 비싼 출고가와 함께 상당히 비싼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다. 무선 고음질을 구현한 톤플러스 HBS-1100이나 롤리키보드 & 비틀마우스, 또는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커피머신 가운데 한 세트를 증정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 방식과 제품군에 있었다.
엘지는 G6의 매력을 2배 더 높일 수 있는 고음질 ‘유선’ 이어폰을 증정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였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V20에서는 제공하던 B&O 이어폰을 다시금 쿼드비트3로 한단계 낮춰버리더니, 이번에는 무선 고음질에 집중하고 있다.
즉, G6에서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 유선 고음질과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롤리키보드나 비틀마우스는 나름 매력적인 선택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통해 G6의 매력이 더 빛이 날까? 아니면 사은품의 재판매를 통해 오히려 둘 다에게 마이너스가 될까?
마지막으로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뜬금없이 고급 커피 머신을 증정하겠다고 하니 소비자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 ‘겨우’ 5,000원에 불과한 결제를 하라고 하는데, 단순 결제가 아니라는 맹점이 있다.
즉, 5,000원 밖에 안되지만
신한카드 ‘판’ 앱으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한카드와의 계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비자들의 불편을 사면서 주고도 욕을 먹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갤럭시S8 의식? 뒤늦은 추가 마케팅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어진 마케팅 전략에 있다. 나날이 하향세를 타는 G6의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서 엘지는 새로운 컬러라는 엄청난 빅 카드와 함께 엘지 워치 스포츠를 증정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다소 어긋나 있었다.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듯, 뒤늦은 컬러의 출시는 뭇매를 맞기에 충분했는데 이 또한 KT 한정 컬러였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적어도 4~6개월 이상의 텀을 둔 것도 아니고 너무나 갑작스러운 신규 컬러의 출시를 한 것이다.
전면이 모두 블랙으로 되어 있고 후면의 컬러가 아이스 플래티넘 혹은 미스틱 화이트로 된 콜라보레이션인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너무나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컬러를 내놓는 것은 다시금 예약 구매자들을 호갱으로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또한 4월로 한정해버린 ‘추첨’ 이벤트는 엘지 워치 스포츠의 판매까지 다시 고민해보게 만들면서 G6와 엘지 워치 판매 모두 독이 되는 상황이다.
예약 구매로 G6를 구입한 충성 고객들은 앞의 3가지 사은품 가운데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지만, 4월 구매자들은 3가지 기본 사은품 가운데 하나도 받을 수 있고, 추첨을 통해 엘지 워치까지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컬러라는 선택지까지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일관된 전략이 없고 상황에 맞춰서 이리저리 오가는 전략을 취한 결과 기존 소비자들은 단숨에 호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1,000명 추첨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모두가 받을 수 있는 제품이 되지도 못한 엘지 워치 스포츠는 결국 당첨되지 못한 소비자들이 무언가를 ‘놓쳤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실책이 아닐까 싶었다.
G6의 매력을 더하는 마케팅 내놓아야
가장 중요한 것은 G6 자체에 있다. 소비자들이 G6를 구입하더라도 사은품 때문에 구입한다면 애초에 그 마케팅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G6 구입을 고민하다가 더욱 좋은 조건이라서 기분 좋게 구입하는 것과, 다른 폰과 비교해서 챙겨주는 것이 더 많으니 그냥 구입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테면, G6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하이엔드 유선 이어폰을 증정하고, 별도의 SNS 공유 혹은 이벤트 참여자들 가운데 추첨으로 무선 고음질 이어폰을 증정한다면 G6의 시너지도 높일 뿐 아니라 더 많은 소비자들이 직접 G6의 고음질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실질적으로 G6에 대한 매력을 더 크게 느꼈을지 모른다.
엘지가 처음 내놓은 3가지 사은품이라는 선택지 역시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려 했는지는 몰라도 신한카드 앱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단돈 5,000원으로 인해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부분 역시 실책이 되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G6 자체이고, G6만 좋다면 뒤늦게라도 소비자들은 G6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제 아무리 갤럭시S8이 출시되고 아이폰7 레드 컬러가 추가되더라도 엘지가 내놓은 G6가 경쟁력이 있고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면 소비자들은 선택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강화하면 할 수록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뿐 아니라 G6에 대한 자신감이 없음을 보여주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엘지가 빨리 극복하기를 바라며, 일관성 있는 마케팅 전략과 보다 세심한 제품 기획을 보여주기를 기대해야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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