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시장에 이렇다 할 변화를 선보인 스마트폰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패밀리 룩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제품들을 제외하자면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거기서 거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의 전면을 가득 채우는 디스플레이와 심플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더해지면서 스마트폰 디자인이 한결같이 비슷해지고 닮아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나름의 존재감을 더하는 파티션을 나누고, 모양을 추가했다면 이제는 빼는 변화를 통해서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을 내세우면서 대신 재질로 승부를 보고 있다. 놀라울 만큼 손맛이 좋은 알루미늄이나 유리 재질로 가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화면을 키우면서 베젤 줄이기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태생적으로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결국, 제조사들은 디자인 변화를 위해 또 다른 요소들을 제거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홈 버튼이 제거 1순위가 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과거의 기술이라 부를 수 있는 물리적인 버튼이 너무나 큰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이 첫 번째 제거의 이유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키우면서도 홈 버튼은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홈 버튼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는 일들이 더욱 늘어났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 단순히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꾹 누르거나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눌러서 추가 기능을 수행하고 또한 지문 인식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어쩌면 핵심이자 첫 관문이 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 홈 버튼을 제조사들은 어떻게 없애려는 것일까?
홈 버튼, 화면 속으로 스며들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넓고 광활한 화면 속으로 홈 버튼을 흡수 합병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잠깐, 그러한 방식의 홈 버튼이라면 이미 ‘소프트키’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홈 버튼의 화면 속으로의 이주는 단순히 기존과 같은 버튼으로서의 홈 버튼이 아닌, 지문 인식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 경험의 이동을 뜻한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넓고 광활한 화면 속으로 홈 버튼을 흡수 합병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잠깐, 그러한 방식의 홈 버튼이라면 이미 ‘소프트키’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홈 버튼의 화면 속으로의 이주는 단순히 기존과 같은 버튼으로서의 홈 버튼이 아닌, 지문 인식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 경험의 이동을 뜻한다.
그래서 화면만 터치해도 사용자를 인식하고, 또한 홈 버튼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UX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화면의 아랫부분을 꾹 누르고 있는다거나, 혹은 두 번 터치해서 깨우는 방식으로 홈 버튼을 활성화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미 이러한 기술은 몇몇 업체들을 통해 시도되고 있고 또 개발되고 있다.
시냅틱스에서는 버튼이 필요치 않은 지문 인식 센서를 개발했다는 발표를 했는데, FS9100이라는 이름의 센서를 통해, 1mm 정도의 강화 유리를 자유자재로 통과해서 화면 아래서도 지문 인식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이다.
기존에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지문 인식 영역이 더욱 넓게 확장되고 보다 더 직관적으로 바뀌면서 사용자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퀄컴에서는 기존의 지문 인식과 다른 초음파를 적용한 새로운 지문 인식을 앞서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기술은 단순한 지문의 모양만이 아닌 고유한 패턴에 더해 굴곡과 땀구멍까지 3차원으로 인식을 해서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문 인식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샤오미의 미5S에 최초로 적용되며 상용화가 가능해진 기술로서, 이 기술을 화면 속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강화유리 아래에 센서를 배치하기 위해서 공정을 바꾸고 기술을 개발하며 속속들이 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홈 버튼이 사라진 스마트폰의 등장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홈 버튼이 필요했던 이유, 없어져야 하는 이유
그동안 홈 버튼은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한 ‘물리적 버튼’이라는 점에서 오직 정전식 터치만 인식하는 스마트폰에 있어서 일종의 탈출구와도 같았다. 단순히 화면을 터치하는 작업으로는 채울 수 없는 편리함과 빠른 조작이 가능한 것이다.
간헐적으로 발생할지 모를 스마트폰의 먹통 현상도 바로 해결이 가능하고 또 전원 버튼을 포함해 추가 기능까지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홈 버튼은 필수적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되었듯 지문 인식이라는 기능도 품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보안을 높이면서도 보다 편리하게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관문으로서의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홈 버튼은 스마트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홈 버튼에도 단점은 있는데, 우선 최근의 추세인 방수 기능을 도입할 때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하나라도 파티션을 더 줄이는 것이 안전하지만 홈 버튼이 남아 있는 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
홈 버튼에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물리적인 버튼의 특성상 사용 환경에 따라서 노후하거나 고장 날 가능성도 높아서 스마트폰의 만족도 하락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었다. 실제 한동안 아이폰의 홈 버튼 고장이 이슈가 되기도 했을 정도.
불필요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디자인에서의 변화가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홈 버튼을 대신할 기술만 있다면 어떤 제조사라도 홈 버튼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홈 버튼은 이제 더 이상 고정적으로 스마트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지는 추세다.
사실상, 스마트폰 전면의 화면을 모두 덮은 폰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세는 베젤리스 스마트폰, 기대와 한계점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를 비롯해 아이폰에도 오작동과 오터치를 예방하는 팜 리젝션 기능을 넣어뒀다. 그래서 아이패드나 아이폰의 화면을 손으로 잡고서 다른 손으로 터치를 하더라도 화면을 지속적으로 누르고 있는 터치는 터치로 인식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애플은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고 기술을 크게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오늘까지도 사용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갤럭시S7 엣지의 베젤이 없는 화면은 한 손으로 잡고서 사용하기에 한계가 뚜렷했고, 자꾸만 화면의 다른 부분을 터치하게 되면서 의도와 다른 동작들이 실행된다는 아쉬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것을 크게 느꼈었기 때문에 보다 본격적으로 베젤리스 스마트폰이 등장할 즈음이면, 지금의 우려와는 달리 팜 리젝션이 제대로 적용된 스마트폰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찾는 것일까?
우선, 디자인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존과 같은 스마트폰의 크기로도 더 큰 화면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보다 더 화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것이다.
과거의 TV와 지금의 TV가 다른 점은 화질이 좋아졌다는 것도 있지만, 지금의 TV는 베젤이 거의 없어서 몰입도가 훨씬 더 높은 것과 같다.
결국 자꾸만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화면을 키울 필요가 있었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기기의 크기도 커져서 휴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홈 버튼을 제거하면서까지 화면을 키우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미 샤프의 아쿠오스를 닮은 샤오미의 미 믹스나 다른 베젤리스 스마트폰들이 그러하듯,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그러나 동시에 베젤리스 스마트폰은 폰을 떨어뜨릴 경우 파손의 위험이 더 크다는 점에서, 또한 전면을 화면으로 모두 채우기 때문에 제조사별 디자인 차별화를 내세우기가 더욱 힘들다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폰을 사용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도 어쩌면 홈 버튼의 역할이 컸지만, 그러한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홈 버튼을 없앤 베젤리스 스마트폰은 새로운 디자인과 더 큰 화면 및 더욱 높아진 몰입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물리적인 버튼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이나 파손의 위험이 높다는 점, 한결같이 비슷한 디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는 위험 요소도 큰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제조사가 풀어야 할 문제겠지만 불편은 소비자가 겪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차기 갤럭시S8이나 아이폰8에 대한 예상 디자인이나 렌더링들은 한결같이 홈 버튼이 없거나 화면이 더 커진, 그리고 곡면으로 화면에 엣지를 넣으며 몰입도를 더욱 높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컨셉 디자인은 실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실제 상용화가 힘든 기술일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또한 하드웨어적으로 다름을 주장하는 제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짝퉁에 치이고 소비자들의 외면에 당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뚜렷한 컨셉을 지니고서 그것이 왜 그렇게 변해야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개발한 제품은 완전히 다른 시장을 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것을 플랫폼의 변화라 부르고, 거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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