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써보니] 이건 뉴 맥북 프로 15형 사용기, 솔직하다 못해 과감한 리뷰


애플은 도대체 왜 맥북에 터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물어보면 정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애플 또한 맥북에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실험을 해봤다고 솔직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궁금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은 기존의 맥북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만족도를 주는 대신 스트레스를 불러왔고, 결국 터치 인터페이스에 맞춰서 운영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맥북만이 가진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애플이 그렇게 자화자찬하는 터치바를 탑재한 뉴 맥북 프로 15형은 어떠한 경험을 하게 해줬을까?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터치바는 비난할 수 없는 미래형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었고 동시에 맥북 프로의 과감한 다른 도전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도전이었다. 도전은 애플이 했지만 불편함은 언제나 그렇듯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터치 인터페이스를 장착한 윈도우 운영체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서피스 프로4 및 요가북 3in1을 사용하며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기 때문.


윈도우 운영체제는 태생이 ‘터치’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MS는 과감하게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존의 운영체제 위에 덧씌워버렸고 이것은 마치 처음 옴니아(불멸의 그 이름) 및 윈도우 PDA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안겨줬을 뿐이다. 즉, 사용성 측면에서 보자면 극악을 치닫는다는 것. 이것이 정말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터치가 되어서 더 좋으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을 정도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야 함에도, 윈도우 운영체제는 오랫동안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가 되었고,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수천 가지 응용 프로그램 또한 그렇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분명 터치가 되는 것은 기능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반길만하지만, 결과적으로 윈도우에서 터치를 제대로 활용해본 적은 없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포기한 맥북 프로의 경험
이제 다시 맥북으로 돌아와보자. 맥북은 키보드와 트랙패드 및 마우스를 통해 완전히 통제가 되고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즉, 태생이 주변 기기들 통한 정확한 포인팅을 하거나 키보드로 빠른 입력을 하고, 트랙패드로 수많은 제스처를 사용하도록 다듬어지고 완성도를 높여온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앱들 역시 이러한 환경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중의 기대와 달리 맥북 프로는 360도로 꺾이지도, 180도로 펼쳐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기존의 맥북 프로와 비교하자면 최대 개방각이 더 좁아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 결국 맥북 프로는 여전히 키보드와 트랙패드, 마우스를 활용하도록 만들어졌고 결과 기존의 맥북을 사용할 때의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실제 뉴 맥북 프로 15형을 사용하면서 터치 디스플레이가 사용되었다고 가정하고 손을 가져가봤다. 분명 몇몇 작업들은 직관적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업은 트랙패드나 마우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멀리 있는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일은 작업을 더 편리하게 하는 것보다도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만 같은 사용자 경험을 안겨줄 것 같았다.


그래서 터치 디스플레이가 없는 맥북 프로는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까지 잘 다듬어진 사용자 환경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동시에 터치바를 추가하며 오히려 더욱 편리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에서 먼저 만져본 터치바, 그리고 실제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터치바는 눈으로 보는 ‘세컨드 디스플레이’ 그 이상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터치바를 탑재한 뉴 맥북 프로 15형
그러면 터치바는 어떠한 점에서 차이를 안겨줬을까? 우선은 각각의 앱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그러니까, 이미 정해진 버튼이나 추가 기능들을 고정형으로 심어둔 것이 아닌, 앱 개발자들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터치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도록 했고, 사용자 역시 원하는 기능을 넣어둘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파리로 웹서핑을 하면서 탭 전환을 하거나, 파이널 컷 프로에서 타임라인을 이동하는 등의 작업에서 터치바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오른쪽 상단에 고정식으로 붙어 있는 화면 밝기 / 소리 크기 / 음소거 / 시리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눌러서 좌우로 이동하며 조절을 하는 것 역시 자주 활용하고 있다. 즉, 단순히 추가 버튼을 배치하는 기능을 넘어서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들을 바로바로 넣어두고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메모 앱에서는 볼드체로 바로 변경하거나 새로운 메모 작성을 하는 일 역시 터치바의 버튼 하나로 끝낼 수 있고, 아이튠즈에서는 음악을 넘기거나 음악의 특정 부분으로 건너뛰는 것, 재생바를 조절하는 것 역시 터치바에서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 즉, 터치바는 현재 실행 중인 작업에 맞춰서 얼굴을 완전히 바꾸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터치 디스플레이를 넘어선 새로운 기능이라 불리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터치 디스플레이는 현재 보이는 것을 그대로 손으로 눌러서 작업하는 것이라면, 터치바는 다양한 단축키와 추가 기능들을 원하는대로 배치해서 자유자재로, 또한 가장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키보드를 입력하다가 마우스로 손을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공유를 하거나 파일을 잘라내고 붙여넣는 등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었다.



뉴 맥북 프로 15형이 남긴 아쉬움들
이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적어도 현시점 기준으로 보자면 완벽해 보이는 기능이라 하더라도 한 세대만 건너뛰면 완벽히 그것을 넘어서는 기능이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모든 제품은 보완되고 개선되며 기존의 기능을 단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점에서 뉴 맥북 프로 15형은 분명한 아쉬움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치명적이라고 생각되는 단점까지도.



우선, USB-C 타입 단자 4개만 남겨 놓으면서 가장 큰 불편함을 안겨주고 말았다. 심지어 기존 맥북 프로에서는 USB-C 타입 단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신이자 무모한 변화라 부를 수 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USB-C 타입 단자 2개와 기존의 USB 단자 2개를 배치하기만 했더라도 지금 들어야 하는 비난을 절반은 줄였을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단자를 모두 버린 뉴 맥북 프로는 그 자체로 미래의 제품이 되어버렸고, 미래의 언젠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말로 리뷰를 적고 있을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두께와 무게를 줄이며 다이어트에 성공한 뉴 맥북 프로 15형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젠더를 휴대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더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우리는 2016년의 어딘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쉬움이라면 더 이상 애플 로고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역시나 개인차가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장점이라면 애플 로고가 반짝이며 더욱 고급스럽게 바뀌었다는 것이겠지만, 역시나 불이 들어오던 맥북에서 불이 꺼졌다는 것은 애플 역시 실용주의로 향하고 있으며 무엇이라도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변화이기도 했다.




얇은 두께를 자랑하던 맥북 에어에서도 유지하던 로고 라이팅을 새로운 뉴 맥북부터 제거하더니 결국 뉴 맥북 프로에서도 제거하며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물론, 제품을 닫아둔 상태에서의 디자인을 보자면 새로운 뉴 맥북 프로가 더 멋있는 로고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맥북을 열어도 더 이상 빛이 켜지지 않는 것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쓸수록 더 마음에 들었던 뉴 맥북 프로 15형
이번 뉴 맥북 프로 15형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존의 맥북 프로 15형과 비교해서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가 줄었다. 그만큼 컴팩트해지면서 베젤이 줄었고 화면이 더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디자인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 또한 2세대 나비식 매커니즘의 키보드를 탑재하며 이제는 제법 반발력이 좋아져서 오히려 타이핑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뉴 맥북은 정말 ‘미약한’ 타이핑 반발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면, 뉴 맥북 프로는 기존과 거의 같은 공간에서 내부 부품을 개선하면서 반발력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더욱 깊게 눌리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들면서 마치 트랙패드가 눌려지지 않지만 누른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은 만족을 하게 만들었다. 자꾸만 사용하다 보면 기존의 키보드가 너무 깊게 들어가서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



   

전체적인 디자인은 더욱 얇아지고 가벼워지면서 동시에 매우 단단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한 손으로도 열 수 있다. 대다수의 노트북, 특히나 울트라북과는 달리 맥북은 한 손가락으로 상판을 들어도 하판이 들리지 않고 끝까지 맥북을 열 수 있도록 다듬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화면이 휘거나 결코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놀라운 것 같았다.


성능 역시 더욱 다듬어져서 파이널 컷 프로에서 4K 영상을 붙여서 편집을 하더라도 딜레이가 거의 없었고, 팬 소음 역시 거의 들을 수 없었고, 터치바를 통한 사용자 경험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변화였다. 단순히 화면이 터치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을 넘어서서, 키보드 위에 올려둔 터치바의 새로운 사용 방식은 뉴 맥북 프로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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