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만능주의
한국은 명백한 스펙 중심의 사회다. 스펙으로 사회가 움직이고 스펙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물론 낙하산도 무시 못할 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반적으로 스펙을 무시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물론,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스펙은 특히나 한국에서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언가를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자 잣대가 된다.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것은 결국 스펙, 숫자로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까.
스마트폰 역시 스펙은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도 했고 또 닫게 만들기도 했다. 우선은 스펙이 좋아야 했던 것. 그래서 최초, 최고라는 단어가 남발되었고 한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최초와 최고가 점령하고 있었다.
물론, 절대적으로 볼 때 최초라거나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이 성공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성공한 스마트폰이 항상 최초나 최고는 아니었다. 스펙 만능주의의 역설이 도래한 것이다.
최초와 최고의 실수
최초라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최초의 방수폰이라거나 최초의 패블릿, 최고 성능의 칩셋을 탑재했다거나 최고로 오래가는 배터리, 최초로 2,000만 화소를 선보이는 등의 수식어는 그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줬기 때문.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보편적인 스마트폰에서 사실 최초와 최고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이 기본이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스마트폰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인데,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놓치는 것이다.
최초라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최초의 방수폰이라거나 최초의 패블릿, 최고 성능의 칩셋을 탑재했다거나 최고로 오래가는 배터리, 최초로 2,000만 화소를 선보이는 등의 수식어는 그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줬기 때문.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보편적인 스마트폰에서 사실 최초와 최고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이 기본이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스마트폰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인데,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놓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 제품을 언제까지 지원하느냐 하는 사후지원이라는 ‘기본’이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사용자가 겪는 사용자 환경에서의 ‘기본’이 있다. 그리고 신기술과 기존의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의 ‘기본’도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신제품이 출시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운영체제를 비롯한 새로운 기능의 업그레이드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제품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은 여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새로운 스마트폰에 어떠한 새로운 기능을 넣을지, 어떠한 최초와 최고를 만들어낼지에 집중하면서 기존의 소비자들을 잃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매년 기업들은 10%에서 30%의 고객들을 잃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소비자들을 왜 잃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잃고 있는 고객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신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못하거나, 심지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이다.
최초와 최고라는 거창해 보이는 타이틀을 벗어버리지 않는 한, 기업은 매년 기존의 고객들을 잃게 될 것이고, 기본에 집중한 기업은 어느새 더 이상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고객 충성도를 지닌 기업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최고 스펙이면 항상 성공할까?
예를 들어보자. 아주 맛있는 음식이 있다. 누군가가 매우 맛있는 족발집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족발의 갖가지 장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연구를 하는 음식점이 만드는 음식은 짜장면이다.
그렇다면 족발의 어떠한 장점을 짜장면에 넣어야 할까? 짜장면은 짜장면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며 짬뽕이며 짜장면, 치킨이며 피자와 족발을 모두 섞은 음식을 만든다면 분명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한 가지 음식을 잘 하는 곳은 많이 알고 있지만, 많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나 뷔페와 같은 곳을 그리 좋게 기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것을 하느라 어느 것도 기본을 하지 못한 것이다. 잠시 이야기가 음식으로 빠졌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지금껏 초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거대한 폰도 출시가 되었었고, 4,000만 화소를 넘는 스마트폰도 있었으며, 7인치를 넘는 스마트폰, 엄청나게 얇거나 쿼티 키패드가 탑재된 스마트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실패 요인은 최초와 최고를 고집하느라 스마트폰의 기본인 휴대성을 놓치거나, 휴대성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히 특정 분야에서 특출나기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에 모든 것을 넣으려 하지 말고,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일을 찾으라는 것. 삼성이 이번에 내놓은 갤럭시노트7은 분명 기존의 모델과 하드웨어적인 스펙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새롭다거나 갖고 싶다는 느낌을 준 이유는 UI를 더 세련되고 사용자 중심적으로 다듬었으며, 노트 시리즈의 상징인 S펜의 쓰임새를 찾았고 기존에는 불가능한, 그래서 제공하지 못 했던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역시 현재까지 굳건한 브랜드 가치와 충성고객을 유지한 이유는 분명 아이폰을 위해 애플이 만든 생태계와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지, 다른 모든 스마트폰의 장점을 뒤섞으려 하지 않았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스펙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달한 순간부터는 더 이상 눈에 띄는 스펙이 아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며 기존과 어떻게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주는지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부터 아이폰7과 V20까지
올가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선방을 시작으로, 9월에는 V20의 출시가 예고되어 있고, 10월 말에는 아이폰7의 출시가 기다리고 있다. 각각 1개월 정도의 차이를 두고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대결의 승자는 누가 가장 ‘기본’을 잘 하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분명, 다른 기업만이 가진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중요할지 모르며 새로운 기술 역시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 패턴은 아주 사소한 것에 그칠지 모르며, 그 반복되는 작업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해주느냐 하는 것이 스마트폰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기업은 매년 잃고 있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기존 제품에도 신제품만큼의 공을 들일 필요가 있고, 신제품 역시 신기능에 가려진 기본기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를 솔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점점 자신만의 색을 잃어간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폰은 보다 더 아이폰 다운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고, 갤럭시노트7 역시 뒤늦게 업그레이드 모델을 내놓아서 기존 고객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신제품 중심의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V20은 사실 기대가 되면서도 우려가 되는 폰이기에, 기본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찾는 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기능 가운데 80% 이상은 ‘기본’ 기능이기 때문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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