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애플은 유난히도 심심하다. 눈에 띄는 제품도 없고 심지어 갖고 싶은 제품도 없다는 소비자들까지 나올 정도이니, ‘매력있어’를 외치던 애플에게 있어서 어느새인가 실종된 혁신이 올무가 되는 것만 같다.
애플 스스로 다른 스마트폰과 선을 그었던 아이폰이지만, 지금의 아이폰은 재탕에 삼탕까지 하려는 듯 비슷한 디자인에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그것이 외부 디자인이든 내부 UI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심심한 분위기는 아이폰SE까지 이어졌는데, 아이폰SE는 사실 매우 특이한 순간에 등장한 특이한 녀석으로서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었지만 애플은 기꺼이 그러한 변화와 혁신을 포기했다.
애플 정도의 자금력과 기술력, 무엇보다도 디자인 능력과 신선한 발상이라면 얼마든지 새로운, 동시에 클래식한 아이폰을 내놓을 수 있었지만 애플은 사실상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은 채 평범하고 심심한 아이폰SE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작은 크기. 거대한 도약.
애플은 아이폰SE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문구를 사용했다. ‘작은 크기. 거대한 도약’ 그러나 도무지 어떠한 부분이 거대한 도약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아이폰6s의 스펙을 아이폰5s에 억지로 구겨 넣었다는 것 정도?
애플이 말하는 도약이라는 것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4인치 사이즈에 이러한 스펙을 넣는 것쯤은 지금에 와서 전혀 어려운 일도 도전이 되는 일도 아님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SE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문구를 사용했다. ‘작은 크기. 거대한 도약’ 그러나 도무지 어떠한 부분이 거대한 도약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아이폰6s의 스펙을 아이폰5s에 억지로 구겨 넣었다는 것 정도?
애플이 말하는 도약이라는 것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4인치 사이즈에 이러한 스펙을 넣는 것쯤은 지금에 와서 전혀 어려운 일도 도전이 되는 일도 아님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애플은 스스로를 거대한 도약이라 칭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SE을 기획하고 내놓으면서 이 제품에 대한 시선을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디자인 재탕이라거나, 신선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혁신의 실종까지도 애플은 스스로 감수하기로 작정이라도 했다는 듯, 정확히 아이폰6s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하나도 새롭지 않은 아이폰SE를 내놓은 것이다.
*참조된 사진 중 일부는 아이폰5 모델입니다.
아이폰SE의 스펙.
익히 알려진 대로, 아이폰SE는 아이폰6s의 스펙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복제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이폰6s를 위해 상상 이상의 물량을 주문하면서 남게 된 악성 부품을 활용한 재고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아이폰SE는 애플의 최신 A9 칩셋을 사용했고, 2기가 램까지 장착했다. 램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알았지만 최악의 선택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아이폰5s와 같은 해상도의 4인치 액정을 탑재했고, 1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후면은 예쁘게 찍히는데, 전면은 여전히 꼴뚜기로 나오는 120만 화소를 고집하는 것으로 봐서는 원가 절감에서도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내장형 1624mAh라는 이상한 숫자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이폰6s 대비 배터리 효율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600에 그치는 절대적인 배터리 용량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무게는 113g으로 가벼우니 만족스럽다.
유일한 새로움이라면 로즈 골드 컬러인데, 이 또한 아이폰6s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4인치 마니아로서 아직까지 아이폰5s를 손에서 놓지 못한 분들이라면 딱, 색깔만 다른 로즈 골드를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라면 대안이겠다.
여전한 라이트닝 단자와 함께,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남은 재고를 싹쓸이해 온 터치ID 1세대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이폰SE의 스펙은 아이폰6s와 같으면서도 곳곳에 악성 재고품이 끼여 있는 형국이다.
4.3인치 아이폰SE?
아버지의 폰이 차 문에 찍히며 완전히 액정이 깨져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롱폰이 되었던 아이폰5를 (아이폰5s도 아닌) 꺼내어 들고는 아버지를 위해 맞춤 설정을 했다.
새로 계정을 만들고, 자료를 옮기고, 글자 크기를 아버지의 시력에 맞추어 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라면 각진 4인치 아이폰5가 손에 잡히는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 사용하는 아이폰6s를 포기하고 건너오고 싶다는 매력은 아니지만 아이폰5의 4인치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당연할지 모른다. 아이폰5를 한참이나 만족하며 사용해온 주인공이 바로 나였으니까.
아무튼, 아이폰5를 보면서 다시 느낀 점이라면, 베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베젤 논란이 되는 G5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넓다고 할까? 위아래 베젤이 유달리 넓은 아이폰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아이폰SE의 화면이 조금 더 커질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인데, 실제로 베젤 부분을 재어보니 최대한으로 키울 수 있는 화면 크기로 11cm 정도가 나왔다. 인치로는 4.3인치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즉 새로운 아이폰SE의 화면이 커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애플이 하려고만 했다면 거의 제로 베젤 수준으로 줄이면서 4.3인치의 아이폰을 4인치 아이폰과 같은 사이즈로 내놓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나 애플은 역시 혁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4.3인치와 4.7인치, 5.5인치로 나눠진 3개의 아이폰을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4인치의 사이즈에 담긴 4.3인치 아이폰은 충분히 합리적인 존재의 이유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능한 변화들
이외에도 아이폰SE는 다양한 변화가 가능했다. 우선은 디자인의 변화인데, 기존의 클래식한 아이폰5s의 디자인적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
전체적인 색감을 조절하며 아이폰5보다 더욱 밝아진 톤을 선보인 아이폰5s처럼, 색상을 새롭게 조정하거나 새롭고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변화를 곳곳에 선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디자인에 있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아이폰5s를 그대로 물려받는 편을 택했다.
또한 128기가 모델을 통해서 추가 수익을 노릴 수도 있었고, 더욱 폭넓은 소비층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외장 메모리도 지원하지 않는 애플이 신제품에 유달리 짠 용량 정책을 선보였다.
16기가라는 말도 안 되는 용량과 함께 64기가 모델 2가지로만 출시를 하면서 애플은 아이폰SE로 추가 수익을 올릴 생각이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도 좋지만 수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는 애플이었는데,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3D 터치 기능 역시 아이폰SE에서는 제외되었다. 3D 터치를 통한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차세대 애플의 주력 서비스로 밀고 나아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것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애플의 예상과 달리 3D 터치가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애플도 인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3D 터치는 새로운 9.7형 아이패드 프로를 비롯해 아이폰SE에서도 모두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라이브 포토는 유지하면서.
무엇보다 SE만이 가진 특별한 기능 한 가지, 즉 ‘One More Thing’이 전혀 없었다. 이를테면 스피커의 사운드를 더욱 섬세하게 보정하고 사운드를 더 키워서 소리에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전용 케이스를 새롭게 내놓을 수도 있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폰SE만의 변화를 시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겠지만 애플은 이러한 시도를 모두 선보이지 않은 것이다.
혁신을 포기한 애플?
그렇다면 애플은 아이폰SE를 어떠한 제품쯤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저 차기 아이폰7이 출시되기 전까지의 판매량 유지를 위한 제품인 것일까? 지금 애플의 상황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애플의 선택은 의아하기만 하다.
애플이라면 4인치 크기에 4.3인치 화면을 넣고, 디자인을 새롭게 변화하면서, 128기가 모델을 더하고, 3D 터치를 추가하며, 아이폰SE만이 가진 특별 기능을 얼마든지 넣을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모두 포기한 것이다.
물론, 아이폰SE가 아이폰6s의 판매를 위협할 정도의 최고 스펙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절대적인 스펙을 약간 낮추더라도 아이폰SE를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드는 4인치 사이즈의 폰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줬겠지만,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은 부분이 의문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애플은 아이폰SE를 통해 매년 봄에도 새로운 아이폰이 나온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려 한 것일지 모른다. 기존의 아이폰 소비자들이 여전히 존중받고 있음을, 그리고 여전히 주인공은 가을에 등장하는 아이폰 시리즈임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이 아이폰6s가 아닌 아이폰SE로 쏠릴수록, 또한 아이폰SE가 여러면에서 아이폰6s의 대등한 경쟁자가 될수록 기존 충성 구매자들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임을 애플이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플은 엄청나게 남아 있는 아이폰6s 부품 재고와 함께, 지난해에도 여전히 3,000만대 이상 판매된 4인치 아이폰에 대한 시장 수요를 읽고는 딱 적당한 수준의 아이폰을 내놓기로 했을 것 같다. 생산의 이유와 목표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4인치 화면을 조금 더 키울 수도 있고, 디자인의 소소한 변화도 가능했으며 특별한 기능도 얼마든지 넣을 수 있었지만 그러한 변화는 내년으로 미룬 것이 아닐까 싶은 것.
이제는 소비자들도 가을과 봄에 아이폰이 등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패드 역시 가을과 봄으로 출시가 나뉜 가운데, 매년 가을과 봄에 새로운 애플 제품에 대한 기대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인급 플래그십 제품을 선보이는 가을에 총력전을 펼치는 애플, 그리고 봄에 비슷한 스펙에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기기를 내놓는 애플, 이러한 전략을 통해 애플은 긴 공백기를 잡으려는 것 같다.
어쩌면 내년 봄에 선보일 4인치 사이즈의 아이폰은 베젤을 줄여서 더욱 큰 4.3인치 아이폰이 되어서 지금의 4인치와 같은 사이즈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아이폰SE 시리즈의 진짜 전략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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