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9일 토요일

아이폰에 서피스북까지 늦장 출시, 이해하기 힘든 ’전파인증’ 규제 때문?


아이폰이 출시되어도, 새로운 서피스북이 등장해도, 심지어 내부 사양만 변경된 맥북을 출시하려 해도 국내에서는 한 달 전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파인증을 통과했더라도 국내에서 추가로 전파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VR 기기로 유명한 오큘러스의 신제품인 VR HMD ‘오큘러스 리프트’ 역시 그러했습니다. 예약 판매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1차 출시로 만나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이유는 ‘전파인증’이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전파인증으로 인해서 오큘러스의 창업자 ‘팔머 럭키’는 한국이 제외된 이유에 대한 트윗을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말이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며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국내에서 출시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전파인증 이전에, 40개가 넘는 민관 시험 기관에서 국가규격에 맞는 인증을 받아야 하며 국내에 맞는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전파인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기에 따라서 받아야 하는 검사 역시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USB의 경우는 전파법에 따라서 전파인증, 즉 KC 인증을 받아야 하고, 충전기의 경우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따라서 전기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분야별로 그에 맞는 KC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이죠.

물론,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이러한 인증을 받는 것은 납득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들어갈 수도 있는 전파인증을 중복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전파인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는 1. 기간 통신망을 외부 전기나 기계적인 위해로부터 보호하여서 사용자의 안전이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 2. 국내 전파 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함 3. 기준에 맞지 않는 전자파나 다른 기기에 의한 통신 장애, 오작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파인증에서 면제 대상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판매용’인 제품은 모두 받아야 하는 만큼 거의 모든 제품이 전파인증 대상에 속합니다. 만일,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외 직구가 늘어남에 따라서, 지난 2014년부터 미래부에서는 전파법 제58조 2 제10항을 신설하며 해외 직구 및 대행업자의 전파인증을 의무화하도록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서도 전파인증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전파인증 역시 조건에 따라서는 예외가 되는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1대를 들여올 경우까지는 전파인증에서 예외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즉,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해외 출시 제품을 개인이 직접 직구를 할 경우에는 1인 1대까지는 개인 사용 목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해외 직구를 도와주는 업체의 경우는 대행 서비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 업체에서 미리 대량으로 물건을 주문해서 국내에 쌓아둔 다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전파법에 위배되며 전파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과정만 달라진 것인데 전파법으로 인해서 불법이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정책을 악용하는 사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대량 구매와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은 존재하지만, 개인의 해외 직구 금액이 1조를 넘는 상황에서 개인이 구매하는 국내 전파인증 예외 제품의 수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외에서 이미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을 국내에서 개인이 구입 및 사용할 경우에는 어떠한 제재도 없는 반면, 사업자가 판매를 위해서 들여올 경우에는 전파인증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죠.


애플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국내는 단 2개 뿐이지만 해외에서는 드론을 비롯해 수많은 제품들이 판매중입니다 ▼

정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개인이 구입하는 경우에도 국내 전파인증이 통과된 제품 가운데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데,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정부도 알기 때문에 이를 묵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판매를 위해서는 추가 인증을 요구한다는 것이죠.

물론, 제품에 따라서는 전파인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국내의 환경에 맞는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꼭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직구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의문이 남는 부분은, 해외 국가들에서는 통상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전파인증을 국내에서 왜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전파인증을 하는지, 개인의 구매는 허용하면서 사업자의 구매는 허용하지 않는지 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 즉 FCC의 인증을 받지 않은 전자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또한 유럽의 경우는 CE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역에서는 하나의 단체에서 받은 전파인증을 상호 인정해주는 협약이 되어 있습니다.


‘너무 스마트해서 문제?’ 샤오미 체중계가 국내 판매 금지된 황당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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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미국에서 FCC 인증을 받은 제품은 유럽의 CE 인증을 추가로 받지 않더라도 유럽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서 전자제품은 큰 문제없이 서로의 국가에서 빠르게 판매가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만 이러한 전파인증을 인정하지 않고 국내에 맞춰서 다시금 전파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전 유출을 꺼리는 애플이나 MS와 같은 다른 기업들이 국내에 제품을 미리 보내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늘 뒤늦은 출시가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개인이 구매한 제품들이 정말 전파에 혼선을 주거나 문제가 되었다면 이미 다른 법안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이 구입한 수많은 전자기기가 이미 사용 중임에도 아무런 제재나 정책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전파인증 제품도 국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이미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을 추가로 전파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고, 제품별로 각각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종류가 많을 경우 수익성이 담보되기 힘들다면 결국 국내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애플이나 아마존 등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수많은 액세서리나 드론 등등 여러 전자 제품들은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파인증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갖가지 규제로 청년들의 벤처 사업이 힘든 상황, IT 선진국이라면서 갖가지 이유로 제재와 제한만 만들고 있는 상황, 복잡한 전파인증으로 다양한 제품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는 상황, 이제는 변화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상, 맥가이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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