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7일 수요일

필름 카메라를 대체한 스마트폰 사진은 어떻게 '추억'을 삼켜버렸나

사진 인용 : Dave Lawler

필름 카메라가 당연하던 시절, 여행을 떠나서 찍은 단 한 장의 사진, 앨범을 가득 채운 부모님의 어린 시절 모습들. 하나같이 추억이 담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아도 순간을 기억하기에는 충분했고 다시금 과거를 회상하는데 사진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그렇게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점차 보급이 늘어갔던 필름 카메라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욱 많은 사진을 찍게 해주었고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사진관은 점차 그 수가 늘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필름 카메라는 똑딱이라 불리는 카메라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고, 그렇게 지금은 스마트폰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사진도 한동안은 DSLR이나 똑딱이 카메라에 의지하는 기간도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거나 중요한 사진을 찍을때면 어김없이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몇 장의 사진은 인화해서 나눠갖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책상 위, 선반 위를 가득 채웠던 추억들은 그때를 떠올리기에 꼭 알맞는 '추억' 사진들이었습니다.

사진 인용 : Leland Francisco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 긁어모든 사진들, 친구에게 받은 사진들이 스마트폰 사진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한 번 여행을 떠나면 친구들 수만큼 불어난 사진들은 앨범이라는 이름의 '앱' 속에 고이 보관되어 있을 뿐 더이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나마 여행을 떠나면서 찍은 사진은 상황이 나은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찍어둔 여러 사진들은 지금 꺼내 보아도 언제인지, 왜 찍어둔 것인지도 알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상 사진들, 친구와의 사진들, 여러가지 사진들이 더해지면서 사진은 추억이 아니라 단순히 메모리 속으로 사라져간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단 30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었던 과거의 필름 카메라는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도록 도와준 것이라면,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수천장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모든 순간들을 기록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인용 : Andrew Hitchcock
 
늘 반복되는 일상과, 늘 일어나게 되는 새로운 일들이 저마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 가치를 매기기가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사진을 현상한 적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을지는 몰라도 추억은 남기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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